[씨네21 리뷰]
절대적 사랑이야기 <카페 드 플로르>
2012-07-18
글 : 김혜리

한 사람을 향한 사랑을 삶의 이유로 삼는 일은 대단히 위험하다. 10대 때 만나 줄곧 서로 사랑하며 살아온 남편에게 갑자기 버림받은 여자 카롤(헬렌 플로랑)은 말한다.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아야 해. 난 평생 그 사람만 사랑했어. 이유를 찾지 못하면 내가 죽어.” <카페 드 플로르>는 그처럼 꿈에도 대안을 상상한 일 없는 절대적 러브스토리 둘을 따라간다. 21세기 몬트리올에서는 성공한 DJ 앙투완(케빈 파랑)이 소년 시절부터 운명으로 믿어온 카롤과 행복하게 결혼해 두딸을 두고 산다. 영화의 내레이터는 그를 “행복할 수밖에 없고 자신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남자”라고 부른다. 한편 40여년의 시간 너머 1970년대 파리에서는 다운증후군을 갖고 태어난 아들 로랑(마랭 게리에)을 하루라도 오래 살게 만드는 것이 인생 목표인 홀어머니 자클린(바네사 파라디)이 분투하고 있다. 영화는 로랑을 “행복할 수 없으며 그 사실조차 모르는 소년”이라고 지칭한다. 그리고 계절의 변화처럼 배신이 찾아온다. 앙투완은 파티에서 마주친 로즈(에블린 브로슈)와 혼이 나가는 사랑에 빠지면서 카롤과의 관계는 혈육에 가까웠음을 깨닫는다. 오직 엄마밖에 모르던 로랑은 같은 증후군을 가진 소녀 베로니크와 만나자마자 끌어안고 놓지 않는다. 어른들이 떼어놓으려 하면 두 아이는 짐승처럼 울부짖는다. 절망한 자클린과 카롤은 거의 미망인(未亡人)처럼 보인다.

두 이야기는 어디서 만나는가? <카페 드 플로르>의 러닝타임 내내 관객을 지배하는 질문의 답은 종장에 이르러서야 주어지나, 명백히 평행하는 감정선의 궤적은 그 이전에도 충분한 암시를 던진다. 장 마크 발레 감독은 현재와 1970년대를 잇는 통로를 내기 위해 신비주의적 설정에 기대지만 실제 관람 체험에서 아련한 톤으로 촬영된 과거의 모성애 드라마는 현재진행 중인 실연의 메타포로 보인다. 성장영화 <C.R.A.Z.Y>로 주목받고 에밀리 블런트 주연의 <영 빅토리아>를 내놓았던 캐나다 퀘벡 감독 장 마크 발레는 이원적 서사를 하나의 ‘노래’로 통합하기 위해 시규어 로스와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 그리고 영화 제목을 따온 매튜 허버트의 <카페 드 플로르>를 통주저음으로 활용한다.

<카페 드 플로르>의 연출은 부분적으로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을 추억하게 한다. 그러나 장 마크 발레는 두 삶을 연결하는 신비를 신비로 남겨둔 키에슬로프스키와 달리 굳이 현실적 인과를 규명한다. 다른 시간, 다른 장소에서 피어나고 시든 두개의 사랑 이야기가 각기 자립할 만큼 호소력있다는 점은 이 영화의 미덕이고 따라서 억지로 접합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아하다는 점은 허점이다. 바네사 파라디의 연기가 마음을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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