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로비스트 한 상무(조성하)는 부하직원 영인(박진영)에게 로비자금 전달을 명한다. 자신이 운전하는 차 트렁크에 500만달러가 든 줄도 모른 채 검은돈을 운반하던 영인은 도중에 괴한에게 습격당한다. 정신을 차린 영인은 자신의 안주머니에서 유서를 발견하고, 형처럼 따르던 한 상무가 자신을 사고사로 죽이려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영인은 500만달러를 미끼로 한 상무를 유인해 기업의 비리를 세상에 고발하려 한다. 한편, 날라리 여고생 미리(민효린)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들고 나갈 악기를 사기 위해 원조교제를 시도한다. 샤워 중인 깡패 필수(오정세)의 소지품을 모두 털어 도망간 미리는 본의 아니게 다이아몬드 도둑이 되어 필수 일당에게 쫓긴다.
두개의 추격전은 결국 영인과 미리가 같은 배를 타면서 하나로 모인다. 여기에 조폭 조 사장(조희봉) 일당과 경찰이 따라붙으면서 추격전의 규모는 커진다. 그런데 이 추격전에 없는 게 하나 있다. 바로 긴장감이다. 추격전의 쾌감이 영화적으로 전혀 구현되지 않는다. 도망자들은 그저 냅다 뛰거나 느닷없는 구세주의 등장으로 위기를 모면한다. 그렇다면 코미디는 어떨까. 영화는 희화화된 캐릭터로 웃음을 끌어내려 한다. 특히 “얼굴 빼고 다 명품”인 영인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박진영의 모습을 적극 차용해 만든 인물이다. 동남아풍의 외모를 대놓고 코미디 소재로 사용하는 식이다. 그런데 뮤지션 박진영을 상기시키는 이런 설정은 오히려 ‘배우’ 박진영으로의 몰입을 방해한다. 그나마 조성하-조희봉-오정세가 연기하는 악당들의 조합이 진부하긴 하나 극에 기합을 불어넣는다. <7급공무원>, 드라마 <추노>의 천성일 작가가 시나리오를 썼고 JYP가 공동제작에 참여했는데 좋은 재능이 한데 섞이지 못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