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80년대를 재현하다 <락 오브 에이지>
2012-08-01
글 : 송경원

록이 세상을 뒤흔들던 80년대, 쉐리(줄리언 허프)는 가수의 꿈을 안고 무작정 할리우드로 상경한다. 올라오자마자 가방을 도둑맞은 쉐리에게 또 다른 가수지망생 드류(디에고 보네타)가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당대 최고의 록클럽이자 자신이 바텐더로 일하고 있는 ‘버번 룸’에서 일할 수 있도록 소개해준 것. 첫눈에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음악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지만 정작 버번 룸은 문을 닫을지도 모를 상황에 처한다. 재정적인 위기를 겪고 있던 버번 룸 사장 데니스(알렉 볼드윈)는 전설의 록스타 스테이시 잭스(톰 크루즈)의 공연을 성공시켜 위기를 돌파하고자 한다. 록을 악마의 음악이라며 혐오하는 시장 부인 패트리샤(캐서린 제타 존스)의 반대시위에도 불구하고 성황리에 공연이 성사된 그날 밤, 쉐리와 드류에게 또 다른 시련이 찾아온다.

본 조비, 트위스티드 시스터, 익스트림, 애로스, 저니, 알이오 스피드 웨건, 미스터 빅, 팻 베네타. 당신이 이 이름들을 기억한다면 당신 역시 이 영화에 열광할 수밖에 없다. <락 오브 에이지>는 제목 그대로 로큰롤의 시대였던 80년대를 재현한 한편의 콘서트 같은 영화다. 2009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하여 5차례나 토니상 후보에 오른 인기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오로지 전설의 명곡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본 조비를 모델로 한 스테이시 잭스 역의 톰 크루즈가 <Wanted Dead or Alive>를 열창하고 사랑을 속삭이는 드류와 쉐리가 익스트림의 <More than Words>를 부르는가 싶더니 모두 함께 <I Love Rock’n’Roll>을 부르며 록의 시대를 찬미한다. <락 오브 에이지>는 전설적인 노래의 가사들을 절묘하게 이어 그대로 한편의 이야기로 삼는다. 메인은 음악이고 스토리는 그다음이다. 알이오 스피드 웨건의 <Can’t Fight This Feeling>과 함께 알렉 볼드윈의 게이 연기를 ‘작렬’하게 하는 센스를 보노라면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귀가 즐거운 것에 비해 눈은 피곤하고 머리는 심심하다. 몇 장면을 제외하곤 시종일관 음악으로 가득 차 있는 이 영화는 한편의 콘서트로선 훌륭할지 몰라도 영화로선 지루한 감이 없지 않다. 이야기를 노래로 표현한 것이 아니라 노래가사를 이야기로 만들려다 보니, 말이 안되지는 않지만 매력적이지도 않다.

<헤어스프레이>를 연출했던 애덤 솅크먼 감독은 최대한 타당한 선에서 인물과 사건들을 조율하려고 애쓰지만 딱 거기까지다. 인물들은 음악에 파묻혀 뭔가 시도해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중요한 연결고리들은 지나치게 착하고 엉성하다. 게다가 작은 대사 하나도 음악으로 표현하려는 강박이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전설로 기억될 음악들, 배우들의 화려한 퍼포먼스, 향수를 자극하는 볼거리로 가득하지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란 말이 딱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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