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아라(이소정)는 177cm, 48kg의 비현실적인 몸매를 가진 톱모델이다. 매사에 신경질적인 안하무인의 그녀 앞에 어느 날 직언을 서슴지 않는 사진작가 강도경(이현진)이 나타나고, 아라는 점점 그에게 빠져든다. 정체불명의 점쟁이(이재용)는 도경이 통통한 여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일러주고, 오버사이즈의 비만인들을 혐오하던 아라는 마침내 체중 증량을 결심한다.
KBS 미니시리즈 <정글피쉬2>를 연출했던 민두식 감독이 해당 작품의 극장판에 이어 만든 두 번째 영화다. 여주인공이 살을 찌우며 해방감을 느끼고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다이어트를 조장하는 세태에 전복을 꾀하고자 했다는 연출의도가 먼저 눈에 띈다. 일견 극단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설정을 애니메이션 효과와 뮤지컬적인 요소를 활용함으로써 경쾌한 톤으로 그려내고자 한 노력도 엿보인다. 빈틈 있는 여주인공과 아픈 과거가 있는 남자, 인내심 많은 매니저와 수다스러운 친구들, 그리고 우스꽝스런 동생 캐릭터까지 로맨틱코미디의 인물구도까지 다 갖췄다. 그런데 이 캐릭터들이 대부분 클리셰에 갇혀 있고, 유머의 타이밍은 조금씩 엇나간다. 체중 증량이라는 소재는 참신하지만, 이야기는 익숙한 방향으로 흘러 다소 낯간지러운 계몽으로 마무리된다. 만화적인 상상력이 도드라지는 에피소드와 감정의 깊이를 드러내는 신들이 좀더 매끄럽게 연결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도아라 역을 맡은 배우 이소정은 역할을 위해 촬영 도중 거의 20kg을 찌웠다고 한다. 그 덕분에 <통통한 혁명>은 컴퓨터그래픽이나 실리콘 분장을 활용했던 기존 영화들보다 한결 사실적으로 증량 과정을 담아낸다. 배우의 용기와 열의가 무리한 이야기 틀에 갇혀 빛을 발하지 못한 점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