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영조 시대, 부패한 좌의정 세력은 금보다 더 가치있는 얼음의 독점판매를 꿈꾼다. 하지만 청렴결백한 우의정이 방해가 되자 그의 서자 이덕무(차태현)를 음모에 빠뜨려 역모죄로 잡아넣는다. 우의정은 아들을 구하기 위해 귀양길에 오르고 풀려난 덕무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책하며 좌의정을 응징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바로 좌의정의 아들이 관리하는 서빙고의 얼음을 훔쳐내는 것. 이 불가능한 도둑질을 위해 올곧은 성품 때문에 누명을 쓰고 귀양을 떠난 빙고별장 백동수(오지호)를 비롯해 돈줄 수균(성동일), 도굴 전문가 석창(고창석), 폭탄 제조 전문가 대현(신정근), 변장과 사기의 달인 재준(송종호), 마차꾼 철주(김길동), 잠수 전문가 수련(민효린) 등 조선 최고의 꾼들이 뭉친다.
착하고 안일하다. 아니면 관객을 순진하게 봤는지도 모르겠다. 기대해볼 만한 소재였고 믿음 가는 배우들도 즐비하건만 영화는 헐겁고 지루하기 그지없다. 사건의 원인, 인물의 사정, 풍자의 의미까지 있을 건 다 들어 있건만 어떤 의미에서는 오히려 그게 문제다. 설명만 했다고 만족할 일이 아님에도 영화는 관객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제시된 상황이나 인물들의 행동에 때때로 도저히 납득하기 힘든 허술한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이를 애써 무시한 채 정해진 결말을 향해 쫓기듯 달려가기 바쁘다.
장면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한 것도 거슬린다. 이덕무와 백동수의 사연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려 한 의도는 알겠지만 기껏 케이퍼무비의 양식을 빌려와 10명의 인물들을 펼쳐놓곤 각 인물의 사연은 소홀히 다루다 보니 장면장면의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충분한 공감과 납득 과정 없이 그저 목표지점을 향해 내달리는 이같은 전개는 집중을 위한 과감한 생략이라기보다는 이 정도면 충분할 것이라는 믿음 내지는 자기최면처럼 보인다. 게다가 핵심이 되는 얼음 탈취 과정이 그리 흥미롭지도 기발하지도 않아 좀처럼 이야기 전반의 긴장감이 형성되지 않는다.
물론 이따금 웃음이 터지는 부분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영화의 중심이어야 할 코미디가 이 정도여서는 곤란하다. 더구나 그 대부분이 배우의 기존 이미지나 충분한 설명 없는 단편적인 캐릭터 기능에 의존하다 보니 대개 헛웃음에 그치고 만다. 무리하게 많은 인물을 웃음의 도구로 삼으려 하는 통에 뜬금없는 개그가 남발되어 오히려 종종 극의 흐름을 방해하기도 한다. ‘조선판 <어벤져스>’란 홍보 문구가 무색하게도 배우들의 재능을 낭비하게 하는 영화다. 늘 일정 이상의 안정적인 재미를 보장하던 ‘차태현 매직’도 이번만큼은 역부족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소재, 괜찮은 볼거리, 훈훈한 웃음까지 잘 만든 가족 코미디영화가 될 조건을 두루 갖췄지만 그 요소들이 하나도 조화되지 않았을 때의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