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인간의 손에서 자란 침팬지 <프로젝트 님>
2012-08-08
글 : 이후경 (영화평론가)

과연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그 답은 모르겠으나 불행하게 만들 수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인간의 손에서 자란 침팬지 님 침스키의 기구한 삶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런 확신이 고개를 든다. 인간의 언어 습득 과정을 연구하겠다며 겨우 생후 2주 된 님을 어미에게서 뺏어온 컬럼비아대의 허버트 교수부터 님에게 처음으로 젖을 물린 스테파니, 님에게 과학적 환경과 교육을 제공할 환상에 부풀었던 새 어머니 로라, 님을 사랑했으나 허버트의 권위 앞에 무력했던 세 번째 양부모 조이스와 빌, 허버트 군단한테 버림받은 님에게 새 희망이 되어주려 한 밥, 실험용으로 다시 뉴욕대에 팔려온 님에게 죄책감을 갖게 된 제임스 박사, 님에게 마지막 보금자리를 선사하고 싶었으나 무지했던 클리브랜드와 마리온까지. 그들은 각자 나름대로 님에게 ‘상실의 시대’를 제공했다. 인간에게 받은 정신적 상처 때문이었는지 님은 결국 평균수명에 훨씬 못 미치는 27살로 생을 마감했다.

“다큐라는 장르적 표시는 부차적”이며 “관객이 이야기에 빠져들어 즐기길 바랄 뿐이다.” <맨 온 와이어>에 이어 다시 손잡은 사이먼 친과 제임스 마시의 설명대로 <프로젝트 님>은 특별히 뛰어난 다큐는 아니다. 흥미로운 것은 스토리텔링의 방식보다 그들이 찾아낸 과거의 필름들이다. 님이 성욕을 느끼기 시작한 무렵, 배변욕구를 스스로 해결해나가는 모습, 인간의 언어를 배우는 과정, 처음으로 침팬지 친구가 생겼을 때의 반응, 인간들의 능욕에 길들며 겪는 감정적 부침에 대한 가감없는 기록은 침팬지보다 인간의 본성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려준다. 때때로 님이 인간을 넘어서는 동물적 위엄과 자비를 보여줄 때는 인간으로서 숙연함마저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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