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친구의 약혼녀 <이프 유 다이>
2012-08-08
글 : 김도훈

필립(조너선 자카이)의 삶은 너덜너덜하다. 갓 교도소에서 출소했기에 직업도 변변찮고 친구도 없다. 어느 날 그는 펍에서 쿠르드인 아브달(빌리 데미르타스)을 만나고, 외로운 두 사람은 금세 우정을 쌓는다. 그런데 비극이 찾아온다. 필립의 집에서 함께 생활하며 약혼녀 시바(골쉬프테 파라하니)가 파리로 오기만을 기다리던 아브달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죽고 만 것. 파리의 쿠르드인 커뮤니티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한 필립은 어쩔 도리 없이 아브달의 시신을 화장한다.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아브달이 죽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약혼녀 시바와 아브달의 아버지 체토(멘데레스 사만실라)가 파리에 도착한다. 필립은 시바에게 마음을 주기 시작하고, 시바는 갑갑한 고향을 떠나 파리에 머무르길 원하고, 모슬렘 원리주의자인 체토는 시바를 고향으로 데려가 아브달의 동생과 강제로 결혼시키려 한다.

<이프 유 다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쿠르드족의 역사와 현실을 조금 공부하는 게 좋다. 자치국가를 갖지 못한 쿠르드족은 터키와 이라크의 인종적, 종교적, 정치적 탄압에 시달려온 민족이다. 쉽게 말하자면 이스라엘 건국 이전의 유대인의 처지랄까. 쿠르드족 출신 감독 이네 살림은 <이프 유 다이>에서 프랑스식 로맨틱코미디와 쿠르드족 정치영화라는 두 장르를 하나로 접목하려고 시도하는데, 인물과 이야기의 간결함을 끝까지 지켜내는 솜씨가 좋다. 종종 영화는 카메라를 멈춰 세우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순간을 남기기도 한다. 이를테면, 죽은 아브달이 탔던 버스를 타고 파리 시내를 도는 시바의 얼굴에 빛이 스며드는 순간, 영화는 관객의 마음에도 빛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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