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JM 사태를 보면서 가장 황당했던 사실은 노조와 파업 파괴 공작이 ‘민영화’됐다는 사실이다. 그 유명했던 1988년 현대중공업 식칼 테러사건 때만 해도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른 것은 회사의 ‘정규직’들로 구성된 경비대였다. 그런데 바야흐로 신자유주의시대를 맞아 이 분야 또한 ‘아웃소싱’된 셈이다. 물론 이 ‘민영화된 폭력’은 80년대부터 재개발 지역의 철거현장이나 용팔이 사건 같은 정치 영역에서 이미 자주 등장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은 폭력조직원이거나 이런저런 뜨내기들로 급조된 용역 ‘알바’들이었다. 반면 문제의 컨택터스 같은 현재의 용역경비업체는 특수부대원 출신 직원과 첨단장비를 갖춘 자본주의적 기업이다. 게다가 이들의 활동 영역은 파업 진압이나 요인 경비 같은 차원을 넘어선다. 컨택터스의 홈페이지에는 ‘당사는 국내 업체로는 일찍부터 분쟁지역 파견 전문 민간군사기업을 표방하고 있습니다’라고 적어놓았다는데, <한겨레21>에 따르면 한국에도 이같은 민간군사기업이 10여곳이나 있다고 한다. 이라크전쟁 당시 블랙워터나 다인코프 같은 미국의 민간군사기업들이 도덕적 정당성(국가 차원 전쟁의 비즈니스화)이나 세금 낭비(미국 정부는 다인코프와 콜롬비아 마약 전쟁 계약을 하면서 6억달러를 지불했다) 같은 문제로 시끄러웠던 것을 생각해보면 무시무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심각한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고, 이런 소재들을 다룬 영화들을 돌아보려 한다. 어쨌든 여기는 영화잡지니까. 노조 파괴로 역사책에 나올 만한 인물은 미국의 앨런 핑커튼이다. 그는 남북전쟁 당시 북군 소속으로 정보공작을 펼쳤고 전쟁이 끝난 뒤 핑커튼사를 설립했다. 화끈한 액션영화 <파이브 건스>(American Outlaws, 2001)에서 핑커튼은 제시 제임스 일당과 맞선다. 남군으로 남북전쟁에 참전했다가 고향으로 돌아온 제시 제임스(콜린 파렐)와 친구들은 자신들의 땅을 헐값에 팔라는 철도회사의 협박을 받게 된다. 이때 철도회사가 고용한 인물이 핑커튼(티모시 달튼)이다. 마틴 리트 감독의 <몰리 맥과이어스>(1970)는 핑커튼사의 악랄한 노조 파괴공작에 맞선 노동자들에 대한 영화다. ‘몰리 맥과이어스’는 아일랜드 출신 이민자들이 결성한 비밀결사조직이다. 이들은 탄광이나 공장을 파괴하면서 자본가들에 저항하는데 핑커튼사는 잭(숀 코너리)이 이끄는 몰리 맥과이어스를 파괴하기 위해 스파이(리처드 해리스)를 침투시킨다. 19세기 미국 탄광 노동자들의 단결과 저항을 잘 묘사한 이 영화가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것은 아쉬운 일이다. 민영화된 군인, 즉 용병들이 등장하는 영화는? 숱하게 많지만 안타깝게도 <지옥의 특전대>나 <A-특공대>처럼 활극으로만 다룬 게 대부분이다. ‘민영화된 폭력’의 끝장을 보고 싶다면 경찰이 민영화된다는 디스토피아적 설정의 폴 버호벤의 <로보캅>(1987)을 강력 추천한다. 그러고 보니 그때는 이 이야기가 무지 황당하다고 느꼈는데 지금 생각하자니 현실감 팍팍 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