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한국형 블록버스터 <알투비: 리턴투베이스>
2012-08-15
글 : 장영엽 (편집장)

한국 공군영화의 명맥이 끊긴 지 오래다. 아무리 기억을 헤집어봐도 50여년 전 <빨간 마후라>나 <창공에 산다> 이래 깊은 인상을 남긴 영화를 떠올리기란 힘들다. 그 이유를 짐작해보건대 아마 현실적인 난국의 영향이 컸을 것 같다. 보안이 철통같은 공군 기지의 도움을 얻기도 힘들었겠고 과도한 제작비도 문제였겠지만, 로봇들이 날아다니는 <트랜스포머> 같은 영화가 나오는 판국에 공중전으로 승부하려면 관객의 마음을 훔칠 만한 상업적인 감각, 그리고 진보한 촬영 기술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감독들의 발목을 잡지 않았을까. 그런 점에서 <알투비: 리턴투베이스>(이하 <알투비>)는 시작부터 많은 수혜를 안고 출발한 영화다. 국방부와 공군의 든든한 지원을 받았고, 덕분에 F-15K와 TA-50의 비행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100억원이 넘는 제작비를 운용할 수 있었기에 도심을 기반으로 한 시가지 전투를 효과적으로 연출할 기회도 얻었다. 문제는 한국의 <탑건>을 지향하며 야심차게 출발한 이 영화가 스스로가 지닌 다양한 장점을 적재적소에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알투비>의 목적은 ‘리턴 투 베이스’다. 북한에서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고, 군사분계선을 넘어온 정체불명의 전투기는 갑자기 서울 도심의 상공을 가로지르며 건물과 도로를 파괴한다. 전투기를 뒤쫓던 21전투비행단 소속 지석현(이종석) 대원이 북한 땅에 불시착하고, 비행단의 에이스 철희(유준상)와 태훈(정지훈)은 ‘7분’ 안에 북한의 도발을 잠재우고 석현을 구출해 기지로 귀환(리턴 투 베이스)해야 한다. 영화 후반부에 장전된 이 항공 전투 신에 이르기까지는 캐릭터들의 역할이 크다. 사명감보다는 즐거움이 먼저인 사고뭉치 태훈과 천생 군인인 철희의 대립, 편대장 대서(김성수)와 대원 유진(이하나)의 로맨스, 태훈과 정비사 세영(신세경)의 러브 라인이 펼쳐진다.

선드라마, 후액션. 이 영화가 지향하는 서사구조를 거칠게 요약하면 이렇다. 전반부에서 인물들의 감정선을 쌓아올린 다음 후반부에서 볼거리를 선사한다는 전략일 것이다. 그러나 영화 속 캐릭터들에게 감정을 이입하기엔 이야기의 구조가 너무 헐겁다. 후반부 전투 신 또한 북한, 미국과의 대립관계가 충분히 묘사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개되기에 긴장감이 떨어진다. 이 영화에서 가장 가슴 졸이게 되는 대목은 오히려 63빌딩과 한강 위를 가로지르는 북한 전투기의 급습 장면인데, 차라리 이처럼 기습적인 액션 신이 적절하게 배치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알투비>가 공군영화의 부재, ‘한국형 블록버스터’에 대한 고민의 과정에서 탄생한 작품이라는 점은 의미있지만, 기획력 이전에 연출력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뼈아픈 교훈도 되새길 시점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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