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텝업> 프랜차이즈에 우리가 바랄 수 있는 최대는 다음의 서너 가지 정도일 것이다. 아무리 현란한 안무도 아무렇지 않게 소화해버리는 댄스 머신들의 스테이지에 완전히 빠져들 수 있게 해줄 것. 그 대열의 중심에 출중한 육체미를 지닌 선남선녀 배우들이 있을 것. 마지막으로 핫한 뮤지션들의 박력 넘치고도 세련된 음악이 흥을 최고로 돋울 것. 이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스텝업4: 레볼루션>은 지난 7년간 이어져온 시리즈의 전통을 이어가기에 충분하다.
서사의 언어가 몸의 언어에 봉사한다는 점은 여전히 불문율이다. 마이애미 최고 호텔그룹의 상속녀지만 미국 최고 댄스시어터 윈우드에 들어가는 것이 꿈인 에밀리(캐서린 매코믹)와 재개발 지역에서 스트리트 댄스그룹 몹(MOB)을 이끌며 유튜브 조회수 1위에 도전하는 션(라이언 구즈먼)의 다소 유치한 러브스토리는 최소한으로 줄였다. 글로벌 그룹을 상대로 한 라틴계 이주민들의 투쟁도 뼈대만 남겼다. 대신 영화는 초고속 촬영이나 편집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단계별 퍼포먼스로 승부수를 던진다. 션과 에밀리를 센터에 세운 플래시몹은 해안가 도로, 초호화 갤러리, 시의회 건물, 항구로 무대를 넓혀가며 공연예술에서 저항예술로 거듭난다. 회화, 조각, 설치미술 작품들을 무대의 일부로 재배치한 갤러리 신이나 컨테이너박스들을 레고 피스처럼 조립 가능한 요소로 활용한 항구 신은 특히 거창하다. 댄스영화가 봇물을 이루는 상황에서 <스텝업4: 레볼루션>만의 장기를 고민한 흔적일 것이다. 더불어 <유캔댄스> 시즌6 우승자인 여주인공과 대규모 오디션을 통과한 배우들도 발군의 실력을 뽐내며, 팀버랜드와 니요의 콜라보레이션으로 탄생한 O.S.T도 귀를 끌어당긴다.
반면 한 가지 절대적 결함도 있다. 대개 3D로 촬영될 때 많은 영화들이 ‘깊이’를 위해 ‘크기’를 포기하는 경향이 있는데, 같은 문제가 전편 <스텝업 3D>에 이어 이번에도 반복되고 있다. 그 결과 일부러 댄서들을 전경과 후경 사이에 세로로 늘어세우는 방식의 안무가 잦아졌으며 퍼포먼스의 스펙터클도 실물 크기보다 축소된 느낌이다. 그 효과가 극에 달하는 군무장면들에서는 심지어 댄서 한명 한명이 미니어처 같다. 그보다는 사소한 결점이지만, 발레와 비보잉의 결합, 채닝 테이텀이라는 스타 발굴이 돋보였던 <스텝업>을 떠올린다면 안무의 신선도나 캐스팅 안목에도 불만족스러울 수 있다. 4편에 이르러 자말 심스의 안무는 비슷한 레퍼토리의 반복에 머무는 것처럼 보이며, 두 주연배우들도 댄서가 아닌 배우로서 커리어를 이어가기에는 역부족일 듯하다. 3D, 안무, 연기력의 빈 구멍들을 메우기 위해 화려한 세트와 마이애미의 럭셔리한 풍경이 동원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그럼에도 극장 스크린으로 뮤직비디오를 집단관람하는 쾌감을 한번쯤 경험해보고 싶은 이들에게는 괜찮은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