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어쨌거나 <헤이와이어>는 스파이 액션영화다. 스파이도 있고 액션도 있으니까. 다만 ‘본 시리즈’나 ‘007 시리즈’와는 다른 방식인데 어떤 점에선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와 비슷한(지루한?) 인상도 받는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의 진짜 매력이 ‘경제성’에 있다고 본다. 이야기의 얼개도, 편집도, 대사도 군더더기 없이 명료하다. 특히 액션이 그렇다. 270도 역회전 발차기나 엄청난 화력의 건물 폭발 따위가 나오는 대신 짧게 때려서 공격하고 방어와 동시에 꺾고 조르고 넘어뜨린 뒤 권총을 한두발 쏘는 동작들이 유연하게 흐른다. 이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연속동작은 우아하기까지 하다.
70년대 스릴러풍의 훵키한 스코어도 마찬가지다. 어디에 어떤 음악이 흐르는지 모를 정도로 적재적소에 놓인다. 엔딩 크레딧에 흐르는 메인 테마 <Haywire>는 빈틈을 노려 날리는 일격처럼 짧고 굵다. 이 근사하고 쿨한 음악에 대한 상찬은 모두 ‘오션스 시리즈’에서 소더버그 감독과 호흡을 맞춘 데이비드 홈스의 몫이다. 아일랜드 출신으로 90년대 후반부터 솔로 음악가와 영화음악 작곡가로 활동했다. 흔적을 뒤좇을 만큼 다작을 하진 않는데, 그럼에도 독특한 믹싱과 개성적인 사운드로 쉽게 잊히지 않는 인상을 남긴다. 여러모로 경제적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