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리포트]
[시네마톡] 한여름밤의 마술적 상상력
2012-08-21
글 : 남민영 (객원기자)
사진 : 최성열
<광대를 위한 슬픈 발라드> CGV 무비꼴라쥬 시네마톡 현장

“요즘 더워서 극장을 찾는 분들이 많은데 극장 안의 온도가 확 내려가지 않나요?” <씨네21> 이화정 기자의 말처럼 극장 안에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8월8일 저녁 CGV 무비꼴라쥬와 김영진 영화평론가, <씨네21> 이화정 기자가 함께한 <광대를 위한 슬픈 발라드> 시네마톡이 문을 열었다. <광대를 위한 슬픈 발라드>는 스페인의 감독 알렉스 데 라 이글레시아의 작품이다.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감독이지만 <야수의 날> <커먼 웰스> 등을 떠올리는 사람이라면 그다지 낯설지 않을 것이다. 스페인내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대대로 광대를 가업으로 삼았던 부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암울했던 시대배경과 웃긴 광대가 아닌 슬픈 광대로 살아야 했던 한 남자의 슬픔, 사랑에 대한 광기 등이 어우러져 파괴적인 비주얼을 뽐내는 수작으로 제67회 베니스영화제에선 감독상, 각본상, 영시네마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누렸다.

김영진 영화평론가와 이화정 기자는 ‘스페인’에 초점을 맞췄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등의 스페인 출신 감독들이 보여줬던 기괴한 상상력을 알렉스 데 라 이글레시아 역시 보여준다는 점에서 스페인이란 특수성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이화정 기자는 “이런 비참한 역사를 조망할 때 오히려 사실적으로 사회를 그릴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다큐멘터리가 그중 하나일 수도 있다. 그러나 유독 스페인은 사회적인 문제나 억압을 초현실적인 분위기로 풀어낸다”며 흥미로운 주제를 던졌다. 이에 김영진 평론가 역시 스페인영화의 초현실적인 상상력에 대한 의견을 덧붙였다. “이 영화는 마술적 리얼리즘이라 불리는 것들을 생각해보게 만든다. 스페인 자체가 엄청난 정치적 격변을 겪었고 서구권이지만 문화 계열은 다른 나라들과 전혀 다르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등의 위대한 감독들이 있기도 했으니 문화, 정치, 역사, 기존 영화의 분위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감독이 이런 영화를 만들게 된 것 같다.”

영화의 주인공인 하비에르(카를로스 아레시스), 세르지오(안토니오 데 라 토르레), 나탈리아(캐롤라이나 뱅) 이 세 인물의 관계가 상징하는 바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오고갔다. 독재자를 상징하는 세르지오, 그런 세르지오에 반대하지만 역시 그와 똑같이 변하가는 하비에르, 그리고 세르지오와 하비에르가 행하는 폭력에 고통받으면서도 이에 대항하지 않는 나탈리아의 관계는 스페인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아픔과도 상통하는 점이 있었다. 김영진 평론가는 과거의 체험과 함께 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예전엔 학교에서 체벌이 심했다. 그런데 꼭 그런 선생님이 있었다. 실컷 때리고 나서 다정한 목소리로 “아까 많이 아팠지”라며 위로하는. 권위주의적인 사회에서의 리더십이란 대개 이런 방식이다. 그런 점들을 생각하고 이 영화를 들여다보면 영화가 극단적인 방식을 취했지만 리얼리즘이 없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그의 말을 받은 이화정 기자는 “<광대를 위한 슬픈 발라드>는 표현 방법 면에서 할리우드의 방식과 완전히 다르다”며 “적절히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장르적 요소를 발전시키며 장르적 재미와 코믹한 요소 모두 놓치지 않는 독보적인 작품”이라고 평했다. 스페인이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 초현실적 상상력이 빚은 작품이 여름밤의 온도를 내려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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