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마한 열대어 가게를 운영하는 샤모토(후키코시 미쓰루). 그에겐 막돼먹은 딸과 그런 딸의 눈치를 보며 사는 두 번째 부인이 있다. 어느 날, 마트에서 상습적으로 절도를 하던 딸이 점원에게 붙잡힌다. 마트에 불려간 샤모토와 부인은 딸이 선처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무라타(덴덴)를 만난다. 빨간 페라리를 모는 정력가 무라타는 거대 열대어 가게의 사장이다. 이 일을 계기로 무라타는 샤모토네 가정사에 조금씩 침범해 들어가고, 샤모토의 삶은 걷잡을 수 없이 뒤틀리고 만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벌레 죽이듯 처치해버리는 무라타와 무라타의 덫에 속절없이 걸려든 샤모토의 대치상황은 일찌감치 승패가 갈리고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의 대결처럼 보인다. 뜻하지 않게 살인의 공모자가 된 샤모토는 그러나 일순 상황을 역전시키고, 종장엔 포악한 육식동물을 집어삼키는 괴물이 된다.
<차가운 열대어>는 관객에게 상당한 심리적 압박감을 주는 영화다. 신체를 훼손하는 장면은 엽기적이고 화면엔 선혈이 낭자하다. 그것을 지켜보는 관객의 심장은 차갑게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특히 인물이 변하는 순간을 포착하는 장면들에서 섬뜩함은 극에 달한다. 샤모토의 아내를 위로해준답시고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던 무라타가 거역할 수 없는 힘으로 그녀의 옷을 찢어 벗기는 순간이라든가, 시체를 처리하고 돌아온 샤모토가 식탁에 둘러앉은 딸과 아내에게 폭언과 폭력을 휘두르는 순간들이 특히 그렇다. 무라타와 샤모토로 분한 두 배우, 덴덴과 후키코시 미쓰루의 열연이 없었다면 탄생하지 못했을 장면이기도 하다. 일본의 문제적 감독 소노 시온의 진가가 발휘된 작품으로, 1993년 일본에서 벌어진 독극물 연쇄 살인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든 영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