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뒤늦은 깨달음 <제이니 존스>
2012-08-22
글 : 이화정

빔 벤더스의 <돈 컴 노킹>에서 한물간 스타 하워드(샘 셰퍼드)는 현재를 접고 자신의 아이를 찾아나서는 여행을 떠난다. 이 경우 아이를 인정한다는 것은 오만하고 콧대 높았던 자신의 지난 시절에 대한 반성이자 새로운 다짐으로 읽힌다. 하워드야 본인이 직접 찾아 나섰지만, 대개 ‘몰랐던 아이’라는 자각은 예고없이 닥친다. ‘제이니 존스’는 그러니까 록밴드 보컬 에단(알레산드로 니볼라)에게 찾아온 의심스런 딸이자, 바꾸어 말하면 뒤늦은 ‘깨달음’이다. 밴드 투어를 하고 있는 그룹의 싱어 에단의 현재는 암울하다. 집세 낼 걱정에 새 음반은 나올 가망이 없고, 욱하는 성격 때문에 멤버와 사이도 좋지 않다. 정작 더 최악은 그가 과거 그루피였던 여성이 13살짜리 소녀를 자신의 딸이라고 데려오기 전까지 본인의 상태가 바닥임을 인지하지도 못한다는 거다.

영화는 에단이 불청객 제이니와의 불협화음 속에서 자신과 눈이 똑같이 닮은 데다 자신처럼 음악적 재능이 있는 딸에게 서서히 마음을 열기까지의 과정을 담담히 그리고 있다. 딸로 인해 에단이 순한 인성을 찾는 변화가 다소 급작스럽게 전개되긴 하지만, <과속스캔들>식의 코믹 해프닝과 달리 <제이니 존스>의 부녀 상봉기는 시종 세밀한 감정선을 놓치지 않는다. 특히 대사보다 에단과 제이니가 함께 부르는 노래를 통해서 둘의 교감을 조율함으로써 잔잔한 감동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영화를 연출한 데이비드 M. 로젠털 감독이 30살 때 11살 된 딸을 처음 만났던 자전적 경험이 이 영화의 사실적 분위기에 일조한 것 같다. 철든 소녀의 당찬 감정 연기뿐 아니라 직접 영화 속의 곡들을 연주하고 노래까지 소화한 아비게일 브레스린은 <미스 리틀 선샤인>의 그 꼬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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