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힘의 존재를 당신은 믿는가. <레드 라이트>는 초월적인 능력에 맞서 ‘레드 라이트’(심령술과 사기를 구별하는 결정적 단서)를 찾으려 애쓰는 젊은 물리학 교수의 이야기다. 심령술은 모두 사기극에 불과하다고 믿는 물리학자 톰 버클리(킬리언 머피)는 미지의 힘을 가진 심령술사 사이먼 실버(로버트 드 니로)의 비밀을 밝히려 한다. 하지만 사이먼의 뒤를 캐면 캘수록 톰은 그의 기이한 능력을 증명할 길이 없어 혼란스러워지고. 매티슨 박사(시고니 위버)는 톰에게 위험해질 수 있으니 사이먼을 자극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레드 라이트>는 전작 <베리드>로 밀실공포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 바 있는 로드리고 코르테스 감독의 세 번째 작품이다. 이색적인 소재에 묻히지 않으면서 긴박하게 분위기를 이어가는 연출은 여전하고, 캐릭터의 존재감도 확실하다. 감시카메라의 반짝임이나 새들의 피와 같은 붉은 색상의 이미지들이 영화에서 종종 음산하게 튀는 때가 있는데 이 이미지들은 톰에게 보내는 ‘적신호’로 기능하며 영화에 불길함을 고조시킨다.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차곡차곡 쌓아둔 복선이 결말부에 가서 한방을 노리며 터지지만 그 위력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정도다. 그렇지만 그 ‘한방’보다는 마지막 시퀀스를 위해 성실하게 깔아온 복선들이 더욱 빛나는 작품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은 없어 보인다. 원조 ‘눈알요정’답게 킬리언 머피의 눈은 로버트 드 니로의 포스에 조금도 밀리지 않고 위태로운 심리를 잘 담아낸다. 새겨듣지는 않아도 될 한 가지 덤, 너무 극에 집중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실마리들을 놓칠 수 있으니 주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