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그 순간 그는 목사이자 MC였다
2012-08-31
글 : 차우진 (대중음악평론가)
<말리>

음악다큐멘터리는 한 인물이나 공동체의 역사를 압축한다는 점에서 (내 입장에서는) 중요한 자료다. 물론 ‘자료’이기 때문에 그 관점이나 맥락에 휘둘리지 않아야 할 필요가 더 많이 요구된다. 이를테면 “그는 록의 전설이었어요”라는 말에 감동받을 수는 있어도 그걸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것이다. 솔직히 피곤한 일이다. <말리>를 보면서도 그랬다. 레게를 이해하기 위해선 래스터페리언의 내적 모순과 60년대 이후에 음악 산업이 발굴한 인터내셔널 음악 제작, 배급 정책 등을 동시에 살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인상적이었던 건 다른 맥락 때문이다. <말리>에 묘사된 밥 말리는 레게 뮤지션이 아니라 종교 지도자 같았다. 음악 연구에서 콘서트는 종종 제의로 묘사되는데 거기에 가장 부합한단 생각도 들었다. 망명 중이던 밥 말리가 자메이카로 돌아와 양 극단의 정치 지도자를 화해시키는, <One Love Peace Concert>가 특히 그랬다. <Jammin>을 부르던 그는 틈틈이 애드리브를 넣는데, 후반부엔 방언이 터지듯 ‘하나의 공동체’를 설파한다. 그때 밥 말리는 목사이자 MC였다. 새삼, 혼란의 시대에 절실한 건 영웅보다 공동체적 가치라는 걸 깨닫는다. 영웅 혹은 스타는 거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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