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경택 감독의 홀수 영화는 짝수 영화보다 뛰어나다? 데뷔작인 <억수탕>을 비롯해 세 번째의 <친구>, 다섯 번째의 <똥개> 같은 작품이 두 번째의 <닥터K>, 네 번째의 <챔피언>, 여섯 번째의 <태풍>보다 작품성이 뛰어나다고 해서 영화팬들 사이에서 붙여진 공식이다. 물론 <태풍> 이후의 최근작만 보면 이 공식은 그다지 의미가 없을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이 공식을 따른다면, <미운 오리 새끼>는 아쉬운 작품이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영화는 그 공식을 보기 좋게 배반한다.
1987년 부산의 한 헌병대. 낙만(김준구)은 그곳에서 근무하는 ‘육방’이다. ‘육방’은 후방 근무를 지원하기 위해 소집된 병역 인력 중 6개월만 근무하는 방위를 뜻한다. 그의 하루는 길다. 낮에는 대대장과 바둑 두기, 화장실 청소, 헌병 대신 영창 근무, 부대행사 사진 촬영 같은 부대의 잡다한 일을 처리해야 하고, 오후 6시에 퇴근한 뒤에는 영어학원에 가서 토플을 공부해야 한다. 제대한 뒤 엄마(김성령)가 있는 미국으로 유학가기 위해서다. 낙만의 엄마는 군사정부의 고문 때문에 정신이상자가 된 사진기자 출신 아버지(오달수)와 낙만을 두고 홀로 미국으로 건너간 것. 어느 날, 부녀자와 딸을 강간한 죄로 경찰에 붙잡힌 행자(문원주)가 영창에 들어온다.
<미운 오리 새끼>는 군대의 안과 밖인 낙만의 군 생활과 가족 이야기를 오가며 야만의 시대를 스크린으로 불러들인다. 결코 가볍지 않은 소재를 곽경택 감독은 코미디 장르의 화법으로 풀어나간다. 특히, 군대라는 계급사회의 모순을 꼬집을 때마다 이야기가 생생하고 재미있다. 배우로부터 생생한 연기를 끄집어내는 것으로 유명한 감독의 연기 연출 능력은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곽경택 감독의 열 번째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