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19세기 파리의 카스트를 돌파하다 <벨 아미>
2012-08-29
글 : 강병진

<벨 아미>는 19세기 파리의 카스트를 ‘온몸’으로 돌파하는 남자의 이야기다. 과거 군대에서 복무했던 조르주는 제대 이후 파리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기로 마음먹는다. 가진 것도 없고 배운 것도 전무한 조르주는 하루를 근근이 사는 철도 사무원일 뿐이다. 어느 날, 우연히 함께 군에서 복무했던 포레스티에를 만난 조르주는 그를 통해 상류층 사람들과 교류를 갖게 된다. 신문사 간부인 포레스티에와 신문사 사장의 부인인 드 마렐(우마 서먼)은 조르주에게 전쟁 참전기를 쓰게 하고, 드 마렐은 대신 글을 써준다. 자신의 외모를 활용해 또 다른 귀부인들에게 접근하던 그는 ‘벨 아미’(아름다운 남자)란 애칭을 갖게 된다.

<벨 아미>는 기 드 모파상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원작은 조르주가 상류사회로 뛰어드는 과정과 여러 귀부인들과 만나며 신분을 세탁하는 과정을 1부와 2부로 나누어 묘사하는데, 영화는 이 가운데 2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부패한 관료와 언론인들이 사회를 주무르던 원작 속의 시대상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얘기다. 다만 영화의 관점에서 보면 당시의 파리는 “남자가 세상을 움직이지만, 사실상 더 힘이 센 건 그의 여자들”인 곳이다. <벨 아미>가 주목하는 시대상은 집 안에만 있어야 했던 여자들이 남자들을 통해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려 하는 풍경이다. 드 마렐은 조르주를 이용해 자신의 지성을 발산할 기회를 얻고, 또 다른 여자인 클로틸드는 안락한 결혼생활과 연애를 동시에 즐긴다. 이들의 관계가 다소 문란한 엽색 행각처럼 보일 수 있지만, 배우들의 우아함은 이를 상쇄시킨다.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를 비롯해 크리스티나 리치와 우마 서먼의 기품은 영화 속 여성들을 단지 남자에게 농락당한 어리석은 여자로 남겨두지 않는다. 로버트 패틴슨이 연기한 조르주의 득의양양한 표정이 그들의 기운 때문에 오히려 한낱 객기로 보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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