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개봉한 이 영화라면 할 말이 너무 많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실질적인 예고이자(92년 <저수지의 개들>은 96년에나 국내 개봉했다) X세대의 ‘근본없는 감수성’이 범벅된 작품(<청춘 스케치>는 기껏 범생이 영화였지), 또 엄청난 배우들을 패키지로 본(관록의 게리 올드먼과 풋내기 브래드 피트가 나란히 단역!) 내 인생의 영화(얼추 50번은 봤다). 특히 남자들‘만’ 멋지게 찍어대던 토니 스콧 감독이 웬일로 입체적인 여주인공(뭐 각본을 쓴 타란티노의 취향이었겠지만)을 등장시키기도 했고.
그중 통통 튀는 마림바 음색이 아스라한 스코어는 <정은임의 영화음악실> 시그널로도 유명한데 <파워 오브 원>으로 ‘아프리카의 소리’에 심취한 한스 짐머의 취향을 엿볼 수 있는 단서다. 하지만 영화의 틈을 꽉 채우는 엘비스 프레슬리, 크리스 아이작, 사운드 가든의 로큰롤은 더 중요하다. 요컨대 미국의 축적된 ‘팝 컬처’가 없었다면 이 영화, 혹은 타란티노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누가 뭐래도 <트루 로맨스>를 완성한 건 토니 스콧이다. 당신은 내게 ‘인생의 영화’를 선물했다. 나는 몇번이나 울고 웃는다. 개봉 당시 카피는 “이것이 컬트영화다!”였다. 그래서 이번엔 친구들과 보겠다, 그렇게 기억하겠다, 당신이 가장 번득이던 시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