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인터뷰]
[주성철의 가상인터뷰] 엄마가 보고플 땐~ 엄마 사진 꺼내놓고
2012-09-05
글 : 주성철
<미운 오리 새끼>의 낙만

-오늘 우정의 무대에서는 한 아버님을 모셨습니다. 머리가 좀 크고 커다란 점이 있다는 게 중요한 인상착의입니다.
=충성! 뒤에 계신 분은 저희 아버지가 확실합니다.

-아니, 낙만군은 어떻게 이렇게나 빨리, 대단하시네요.
=인상착의만 듣고 바로 뛰어올라왔습니다. 저희 아버지가 확실합니다.

-암튼 먼저 자기소개를 해주시죠. 어디 소속이십니까?
=저는 군인이 아니무니다.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가요? 이 사람이 정말, 힘들게 낳고 키워서 군대 보낸 부모님 가슴에 못을 박아도 유분수지.
=저는 아직 태어나지 않았스무니다.

-여기 이름표를 보니 육개월 방위, 육방 아닌가요? 이 사람이 미쳤나.
=육방은 군인이 아니무니다. 출퇴근 시 자가용을 이용하는 오렌지 방위가 되고 싶지만, 그저 매일 퇴근해서 오락실에서 <스트리트 파이터> 하는 게 삶의 낙이무니다.

-어쩐지 무슨 이런 어설픈 개인기를, 포상휴가 받아내려고 혈안이 됐구먼. 암튼 아직 힌트가 나가지 않았는데 어떤 이유로 그런 확신을 갖고 말씀하시죠? 아버님께서는 아들이 언제 입대했는지도 모르고 계세요.
=그래서 저희 아버지가 확실합니다. 아버지는 제 이름도 모르십니다. 심지어 저를 딸로 알고 계십니다. 아버지는 군사정권 시절 고문을 당하셔서 제정신이 아니십니다.

-이런 안타까운 일이, 그런 아버지 때문에 6개월만 근무하게 된 거군요. 어떻게 지난 몇 개월 동안 육방으로 지낼 만하셨나요?
=처음에는 이발병으로 들어왔지만 지금은 대대장님과 바둑을 두는 게 가장 중요한 일과지 말입니다. 대대장님은 기다리는 걸 싫어하셔서 빨리 두어야 합니다. 제가 잘하면 짜증을 내시지 말입니다. 하지만 실력차가 너무 커도 안되니까 적당히 져드리는 게 포인트입니다.

-퇴근 시간은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요?
=어머니 보러 미국을 가야 하니까 영어학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정신줄 놓아버린 아버지 때문에 미국으로 떠나버리셨습니다.

-너무한 거 아닙니까. 대체 아버지는 누가 돌보라고.
=아버지는 여전히 유신 시대를 살고 계시지 말입니다. 제정신이 아닌 와중에도 유신이 아니었으면 수출 100억달러도 못 넘고 여전히 배고프게 살고 있을 거라며 헛소리를 해대시니, 방송 출연을 계기로 혹시 제정신을 찾으실까 해서 나왔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어서 ‘아버지~’ 하고 다 같이 외쳐보죠.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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