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의 모든 것>은 쉴새없이 떠드는 영화다. 이 작품처럼 대사가 흘러넘치는 한국영화도 드물 텐데 처음부터 터지는 연정인(임수정)의 수다는 극이 진행되며 이두현(이선균)과 장성기(류승룡)와의 삼각구도 안에서 축적되고 폭발한다. 이때 다소 안일하거나 식상한 코미디 코드와 고민없는 결말이 그 재미를 반감시키기도 하는데, <이층의 악당>에서 장르적 무드를 물씬 풍기던 이진희 음악감독의 스코어만큼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이층의 악당>에서처럼 여기서도 스윙, 샹송, 탱고, 살사, 맘보 같은 다양한 리듬과 악기의 음색이 ‘경제적’으로 활용된다.
특히 (민규동 감독이 작사한) <Je t’aime plus que tout>와 <Embrasse-moi> 같은 샹송에서 짐작되듯 그는 추적이나 대립, 비밀과 폭로의 긴장 외에 위로나 안도처럼 어루만지는 효과를 연출하는 데도 탁월하다. <이층의 악당>에서 <지친 사람들>이 그랬다면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는 <양떼목장>이 그렇다. 이 곡이 흐르는 장면 전후로 정인은 성기의 노골적인 구애에 어느 정도 동요하는데, 뒤뚱거리는 베이스 라인에 대비되는 피아노와 현악의 우아한 보폭이 극적인 분위기를 조성한 뒤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구조가 긴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