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담 형님, 정말 만나뵙고 싶었습니다. 도대체 이게 얼마 만입니까. 그러니까 저는 이번에 앗! 갑자기 왜 발로 제 얼굴을….
=가만있어봐. 콧등에 파리가 앉아 있기에 그만. 이런 거 손으로 잡으면 영 폼이 안 나지.
-역시 대단하십니다. 발기술만은 형님 따라올 사람이 없죠. 지난번에 뵀을 때 물수건을 발로 집어 겨드랑이 닦으시고, 나중에 그 발로 제 수저도 놔주셨잖아요.
=허허 이 사람, 누굴 요기 다니엘로 아나. 서극 감독의 <더블 팀>(1997) 개봉 때 만났으니 거의 15년이나 지난 일이군. 오우삼의 <하드 타겟>, 임영동의 <맥시멈 리스크>, 그리고 서극 감독하고는 <넉 오프>까지 두편이나 함께했고, 홍콩 감독들이 할리우드에 마구 진출할 때가 행복했지. 다들 나 아니면 데뷔도 힘들었으니까. 후후.
-기억납니다. 그때는 열중쉬어 자세로도 날아올라 돌려차기가 되셨죠.
=웬걸, 악당들이 다들 줄서서 나한테 맞기만을 기다렸지.
-그나저나 <익스펜더블2>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되셨나요? 첫 장면부터 가슴팍에 발로 단검을 팍 꽂아넣을 때 정말 흥분됐습니다. 그런데 사실 반담 형님은 군인이나 용병으로는 잘 안 나오셨잖아요. <투혼>이나 <어벤저>에서 킥복싱하던 모습이 너무 강렬해서 말이죠.
=이 친구 정말, 내가 <스트리트 파이터>에서 군인 ‘가일’로 나온 걸 벌써 잊었단 말인가. 제길, 나의 썸머솔트킥으로 확 그냥. 흑흑. 또 <블랙 이글>에서는 무술 잘하는 KGB 요원으로 나왔고, <이탈자>에서는 프랑스 외인부대 용병이었지. 영화에서 형이 중태에 빠져 휴가를 신청했는데 거부당해서 그냥 탈영했잖아. 크크.
-앗 그렇군요. 몰라뵈어 정말 죄송합니다. 그나저나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에서 가일이 싸울 때 뒤에 F-16 전투기가 있어서 당시 오락실에서 형님이 공군이다 아니다, 하는 걸로 친구들하고 정말 많이 싸웠거든요. 여기서 직접 밝혀주시죠.
=난 오직 캐릭터에만 몰두하는 타입이라 그런 건 모르겠다네. 그 질문은 패스~.
-이제 몸도 예전 같지 않으신데, 배우로서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솔직히 내가 스티븐 시걸보다는 연기가 좀 되잖아. 2008년에 <JCVD>라는 영화를 봤는지 모르겠는데 그게 내 이름의 이니셜만 딴 제목이거든? 거기서 실제 내가 은행강도를 만나는 설정인데 다큐멘터리처럼 제법 괜찮게 찍혔어. 그리고 그거보다 먼저 찍은 <언틸 데스>라는 영화가 있는데 거기서는 퇴물 경찰로 나와. 뭐 <악질경찰> 흉내를 좀 냈지, 평가가 괜찮더라고. 처음 들어보는 얘기인데 뭐 ‘내면연기’ 어쩌고 그러더라고. 이제 그런 것 좀 해보려고.
-<익스펜더블2>에서 악당 캐릭터인데도 승낙하신 것부터 대인배이십니다. 꾸준히 활동해주십시오 형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