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저널리스트로서의 자의식 찾기 <럼 다이어리>
2012-09-12
글 : 이화정

조니 뎁이 아니었다면 소설 <럼 다이어리>는 헌터 S. 톰슨의 집 지하창고에서 먼지를 뒤짚어쓴 채 썩고 있었을지 모른다. 조니 뎁이 <럼 다이어리>의 원고를 본 건 1998년이었다. 1950년대에 톰슨이 집필했으니 무려 40년 만의 구출이다. 그 자리에서 영화화를 약속한 조니 뎁은 자신의 영화사 창립 작품으로 <럼 다이어리>를 선택했다. 촬영장엔 고인을 기리는 의자가 준비되어 있었다. 앞서 조니 뎁은 톰슨의 원작을 토대로 한 테리 길리엄의 영화 <라스베이거스의 공포와 혐오>(1998)에 출연한 바 있다.

조니 뎁이 톰슨의 작품 중 <럼 다이어리>를 선택한 건 지극히 당연해 보인다. 소설은 <타임>에서 해고당한 20살 톰슨이 유배지로 택한 산후안에서의 자전적 경험을 기초로 한다. 1960년대 미국의 거대 자본이 지역 주민들의 생활을 잠식하던 당시, 신참 기자가 겪는 정서적 혼란은 톰슨이 창시한 ‘곤조 저널리즘’의 핵심을 전달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재로 보인다. 소설의 두 캐릭터를 일원화한 기자 폴 캠프가 곧 톰슨을 대변한다. 그는 한때 소설가를 꿈꿨으나 지금은 럼주나 마시고 별자리점 기사나 쓰는 지역신문 기자다. 리조트 지역 개발 이권을 따내기 위한 샌더슨 일당이 원고 청탁을 해오면서 무사안일한 삶을 살던 그는 돈과 저널리스트로서의 양심 사이에서 혼란을 겪기 시작한다.

핵심은 저널리스트로서의 폴의 성장과 자의식 찾기다. 배우들의 열연과 카리브해의 아름다운 풍광이 주는 장점 안에서 영화는 이 변화의 지점을 포착한다. 아쉽지만 모호한 시선 탓에 폴이 전개하는 심정적 변화가 뚜렷하게 구체화되지 못하고 각각의 지점이 따로 전개되는 듯한 인상을 준다. <럼 다이어리>는 이 부분에 있어서 조금 더 집요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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