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더 한심한 것 같은데. 그때는 그래도 어렸으니까….” 누나의 핀잔에 대건은 히죽거리기만 한다. 힙합에 빠졌을 때, 대건은 ‘그래도’ 열여섯 중학생. 그랬던 대건이 벌써 스물여섯살이 됐다. 철이 들고도 남을 나이다. 그런데 이번엔 영화를 찍겠다고 법석이다. 대건의 엄마는 “수입이 없는데 (영화감독이) 무슨 직업이냐?”며 “그렇게 게을러서는 아무것도 못한다”고 아들을 타박한다. 가족의 “무시와 멸시와 괄시와 등한시”를 더이상 참을 수 없는 왕년의 힙합 키드 대건은 카메라를 들고 함께 꿈을 먹던 힙합 키드들을 찾는다. 지조는 10년째 데뷔 앨범을 준비 중이다. JJK와 허클베리 피는 언더그라운드에서 꽤 유명한 뮤지션이 됐다. 지훈은 공무원 시험 준비에 여념이 없고, 기현은 공대 대학원생으로 살아가고 있다. 현우는 유학을 다녀온 뒤 잘나가는 회계사가 됐다. 지조의 데뷔 앨범 기념 공연날, 그들은 함께할 수 있을까.
특별한 삶을 즐기는 이들은 꿈을 삼켰고, 평범한 삶으로 갈아탄 이들은 꿈을 토했다. 10년 전엔 언제나 함께였던 힙합 키드들의 대비되는 삶의 양상만을 강조했다면, 아마 <투 올드 힙합 키드>의 매력은 반감됐을 것이다. “힙합이 운명”이라던 지조는 데뷔를 앞두고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면 성공할 수 없다”고 털어놓고, “무책임한 짓 하지 말라”며 일갈하던 지훈은 ‘최초의 공무원 뮤지션이 되겠다’고 말한다. 꿈을 택한 이들의 삶에도 현실의 족쇄가 존재하고, 현실을 택한 이들의 삶에도 꿈의 기운이 꿈틀대고 있음을 카메라는 놓치지 않는다. “행복해?” 아니면 “불안해?”라고 반복해서 묻는 정대건 감독의 질문이 힘을 얻는 순간들도 바로 이때다. <투 올드 힙합 키드>는 삶이 꿈과 현실 중 하나만 집어들어야 하는 기회비용의 연속이라고 섣불리 못박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