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의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 소식은 우리 모두를 기쁘게 했다. 영화제의 최고상이라고 해서 항상 최고의 영화가 받는 게 아니고 얼마간의 운이 따라야 받을 수 있긴 하지만 이번 수상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피에타>는 황금사자상을 받을 만한 가치가 충분한 영화이고 김기덕 감독은 그런 영광을 누릴 자격이 있으니 말이다. 외려 2004년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던 <빈 집>이 진작에 황금사자상을 받았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의 이번 수상은 ‘한국 문화의 높은 수준을 세계에 확인시켰다’거나 ‘학력이란 삶에서 별 중요치 않은 요소임을 깨닫게 했다’는 차원보다는 김기덕 감독에게 큰 힘을 줬다는 점에서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그동안 김기덕 감독이 한국 영화계, 나아가 한국사회와 불화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의 업적이 모두에게 인정받게 됐다는 사실은 큰 의미가 있다. 데뷔작 <악어>부터 한국 관객은 그의 영화를 불편하게 받아들였다. 생생하지만 거칠고, 강렬하지만 섬뜩한 그의 영화들은 관객에게 낯설고 생경하게 느껴졌다. 2000년 <섬>이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이후 세계 영화계는 그의 영화를 주목했고 차츰 매료됐지만 한국 관객은 그의 영화를 온전히 소화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영화를 널리 걸어주지 않고 일부 블록버스터영화에만 힘을 몰아주는 배급사와 극장에 불만을 갖기 시작했다. 아마도 한국 관객에 대한 원망도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는 그런 불만을 격하게 토로했고 그의 말은 왜곡된 채 매체에 오르락내리락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거절했고 영화를 만들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기도 했다(이제 와 생각하니 어쩌면 이 선언 또한 왜곡된 것이었을 수도). 2008년 <비몽> 이후에는 후배 감독의 ‘배신’까지 겪으면서 그는 무너졌다. <악어>부터 <비몽>까지 12년 동안 15편을 만들 정도로 정력적인 활동을 펼쳤던 그가 3년 동안 영화로부터 떨어져 침묵했던 것이다. 그에게 다가온 창작의 위기는 2007년 <숨> 이후 영화평론가 정성일과의 인터뷰에서 드러난 적 있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것은 영화를 만드는 나의 에너지가 이상하게도 거의 다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다행스럽게도 그는 지난해 <아리랑>으로 컴백했다. 그 셀프 다큐멘터리(또는 다큐-픽션)에서 그는 울고 소리치면서 스스로를 치유하고 다시 일어선 듯 보였다. 하지만 <아멘>을 정식 개봉하지 않은 데서 볼 수 있듯 한국 영화계에 대한 그의 불신은 여전했다.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피에타>는 그와 (관객을 포함한) 한국 영화계가 화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으로 보인다. 수상 소식과 함께 <피에타>의 흥행이 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그와 그의 영화에 대한 이해의 폭 또한 보다 넓어질 것이다. 그의 TV 출연 또한 이러한 분위기에 도움을 줄 터. 황금사자상이 그에게 새로운 의욕과 관객의 사랑을 동시에 가져다주길 기원한다.
김기덕 감독님,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