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먼저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지금이 몇신데 이제 들어와. 내가 저녁 준비한다고 빨리 들어오라고 했어, 안 했어? 대체 어딜 그렇게 싸돌아다니는 거니? 너, 엄마가 몇번씩 말해!
-아니, 저 무슨 말씀이신지. 제 엄마라뇨. 저희 엄마는 지금 집에 잘 계신데요. 아까 통화도 했는데, 끼니 거르지 말고 잘 챙겨먹고 다니라고.
=미안하다. 태어나자마자 너를 버려서. 그렇게 아무나 데려다가 근본없이 키울 줄 알았지. 됐으니까 차차 얘기하기로 하고 여기 장어부터 먹으면서 얘기하자. 음~ 구수한 냄새. 자, 아~ 해봐.
-아니, 저는 오늘 수상 축하 겸해서 인터뷰를 하러 온….
=시끄러! 오늘따라 왜 이렇게 말이 많니, 얼른 먹어! 요즘 너 너무 수척해졌어. 그렇게 비리비리해가지고는 어디 빚쟁이들 제대로 협박이나 하겠어? 장어 먹고 몸보신해서 문도 한방에 시원하게 때려부수고, 말 안 들으면 손가락도 잘라야지. 그 일 아무나 하는 거 아니다 너.
-암튼 김기덕 감독님이 방송만 하시고 지면매체와는 통 인터뷰를 안 하세요. 감독님에 대해서 대신 얘기 좀 해주세요.
=브라우니 같은 차도남이지. 이번에 시간이 좀 나서 베니스 산마르코 광장으로 놀러갔는데 비둘기가 너무 많은 거야. 많아도 너무 많아. 그래서 “감독님 물어! 물어!” 했는데 꼼짝도 안 하더라고. 음~ 나쁜 남자.
-황금사자상을 받아서 기쁘시겠지만, 개인적으로 여우주연상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많았기에 조금, 아주 조금 섭섭하기도 하시겠어요.
=웬걸, 시상대에서 황금사자상이라고 하기에 내가 당장 알베르토 바르베라 집행위원장한테 가서 따졌지. 바꿔죠! 나 조 여사야. 얼른 여우주연상으로 바꿔죠! 그런데 안된대. 알베르토 바르베라가 <섬> 때부터 워낙 김기덕 감독의 팬이어서.
-있는 사람들이 더 한다더니 황금사자상에 여우주연상까지. 물론 그랬다면 한국 영화계로서는 너무나 큰 경사겠지만요.
=그런데 새롭게 규정이 바뀌어서 황금사자상 수상작이 기타 주요 부문 상을 탈 수 없다 그러더라고. 더 큰 상을 받았으면 됐지 뭐. 그나저나 이번 일을 계기로 <피에타>가 좀 흥행이 됐으면 좋겠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나쁜 남자>의 70만명을 넘어 김기덕 감독 영화 중 국내 최고 흥행작이 됐으면 해.
-그래서 감독님도 그렇게 TV 홍보에 열심이신가봐요. 요즘에는 틀면 나오시더라고요.
=지금 집에서 거울 보고 임권택 감독님 성대모사나 뭐 그런 개인기도 연습하고 있을지 몰라. 원래 말도 많고 쾌활한 사람이라 방송을 좋아해. 근데 옆에서 보면 너무 귀여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