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안(소피 마르소)은 살림과 육아는 물론 부업인 보석판매일까지 동시에 해내는 슈퍼맘이다. 워커홀릭 남편 휴고(대니 분)는 그런 아리안의 고충을 알아주기는커녕 종일 집에서 뭘 했냐고 비난할 뿐이다. 화가 난 아리안은 조정관 모리스에게 도움을 청하고, 부부는 서로의 생활을 이해하기 위해 1년간 역할을 바꾸어 지내는 데에 합의한다. 아리안과 휴고는 새 삶을 살며 의외의 적성을 발견하게 되고 한동안 만족스럽게 지낸다. 그러나 문제는 생각지 못한 곳에서 발생한다.
<체인징 사이드: 부부탐구생활>은 그늘이라고는 없는 명랑한 로맨틱코미디다. <라 붐> 세대의 청초한 요정이었던 소피 마르소가 세월이 흘러 억척스러운 아줌마로 거듭난 모습을 보는 것 또한 퍽 유쾌한 경험이다. 휴고가 여자가 되어가는 것 이상으로 아리안이 남자가 되어가는 모양새는 능청스럽고 코믹하다. 이때다 싶은 지점마다 의도적으로 삽입된 듯한 음악도 의외의 웃음을 유발하는 요소다. 가령 추억의 팝송인 미니 리퍼튼의 <Loving You>가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순간엔 관객의 웃음도 같이 터져나오는 식이다. 다만 영화에서 부부의 성역할이 상당히 고리타분한 방식으로 구분되는 것은 다소 씁쓸하다. 특히 아이가 부모의 성역할을 받아들이지 못해 혼란스러워하는 장면은 21세기의 로맨틱코미디가 맞나 싶을 정도로 황당무계한 설정이다. 뒤로 갈수록 판타지처럼 변해가는 전개는 상당히 납득하기 힘든데, 부부의 관계 회복을 위해서라면 과정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듯한 태도로 비친다. 줄곧 밝은 분위기로 영화를 이어가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감정의 흐름이 뚝뚝 끊기는 무심한 연출엔 실망스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