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두고두고 꺼내볼 반짝이는 돌 하나 <이탈리아 횡단밴드>
2012-09-19
글 : 이화정

<이탈리아 횡단밴드>의 키워드는 음악, 로드무비, 자아찾기다. 아귀가 딱 맞는 조합이다. 얼핏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청춘 같은 고민이 더해진다면 더 완벽했겠지만, 영화는 이들의 일탈을 ‘아저씨’에 의해 주도함으로써 변주를 시도한다. 일상을 떠났지만, 여전히 생활과 분리될 수 없는 네 남자의 여정. 멋이 들어설 자리는 입담으로 채워지고 낭만이 선보일 자리에는 현실의 고민이 펼쳐진다.

니콜라(로코 파팔레오), 살바토레(파올로 브리구그리아), 로코(알렉산드로 가스만), 프랑코(맥스 가제)는 왕년에 밴드 활동을 했지만 그 기억을 잊고 산 지 오래다. 그런데 한 친척의 결혼식에서 즉흥적으로 밴드를 결성하고, 이탈리아 최고 재즈 페스티벌 ‘스칸자노 재즈 페스티벌’에 출전할 것을 결심한다. 밴드 이름도 눈앞에 보이는 풍력발전기를 보고 즉흥적으로 딴 ‘풍력발전기’다. 압권은 이제부터다. 차로 가면 두 시간 거리의 페스티벌 장소에 열흘 동안 도보 횡단하는 걸로 대체한 거다. 게다가 이들의 여행을 방송으로 편성하게 된 여기자 트로페아가 합류하는데, 그녀는 이 여행이 영 마뜩지 않은 눈치다.

짐을 운반해줄 당나귀 한 마리, 즉흥 연주곡, 밤마다 펼치는 캠프파이어, 장비도 단출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열흘 동안 펼쳐지는 캠핑의 와중, 가정에 매어 있던 니콜라는 과거의 열정을 되찾았고, 7년 동안 섹스도 못해본 남자 살바토레는 여행 중 만난 여자와 마치 <쥴 앤 짐>이라도 되는 양 삼각관계에 빠지고, 트리플 섹스로 뜨거운 밤을 보낸다. 잘 못 나가는 연예인 로코는 자신의 슬럼프를 극복했고, 사랑의 충격으로 말문을 잃었던 프랑코는 트로페아와 새로운 사랑을 얻게 된다. 흥겹지만 보기에 따라 추문이 될 수도 있는 열흘간의 여정이다. 하루 동안 이들의 여행에 동참한 카페 여종업원 마리아는 말한다. “카페에 앉아 노인들은 매일 날씨 이야기, 젊은 시절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젊을 적 이야기를 할 때면 유독 눈이 반짝반짝한다.” 그러니 이 일탈은 성과를 떠나 오랜 뒤에 두고두고 꺼내볼 반짝반짝한 돌 하나일지도 모른다.

아저씨들이 펼치는 입담과 사건들은 정신없지만(게다가 이탈리아 중년들의 수다 강도는 좀 세다), 영화는 그 소란을 그루브 공연과 이탈리아 남부 지방의 수려한 풍경으로 한껏 정화시켜준다. 고작 두 시간 거리를 이들이 왜 굳이 하루도 빼먹지 않고 당나귀 걸음에 맞춰 걸어가려 했는지, 이 영화가 왜 만들어졌고, 가치가 있는지 그 이유를 단박에 알게 될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이다. 보석 같은 로케이션의 정체를 알고 보니 감독이자 니콜라로 출연한 로코 파팔레오의 고향이 이곳, 바실리카타란다. 태어나 청춘을 보낸 터라, 관광지로 개발되지 않은 곳을 구석구석 깨알같이 활용할 수 있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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