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와 내러티브, 여러 관점에서 <맨 인 블랙> 1편의 엔딩만큼 충격적인 영화적 순간도 드물 것이다(얼마나 크게 웃었는지!). 90년대를 대표하는 어떤 영화들처럼 숱하게 회자되던 엔딩이었지만 5년 만에 제작된 2편은 그 재기발랄하고 심오하기까지 했던 철학적 위트가 휘발된 시시한 블록버스터였다. 3편을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건 그래서였는데, 정작 이번에 영화를 보면서 뜻밖의 순간에 큭큭 웃음이 터졌다. 음악 덕분이었다.
2편의 음악이 서툴게 쓴 비유같이 좀 유치했다면 이번엔 시대가 시대니만큼 깨알 같은 재미를 준다. 요컨대 과거로 간 ‘제이’가 엘리베이터에 타자마자 어디선가 희미하게 들리던 <Love Is Strange>가 알고 보니 엔딩에 흐르는 핏불의 <Back In Time>을 샘플링한 곡이라든가. 특히 캐딜락을 모는 ‘제이’와 오토바이를 탄 ‘짐승 보리스’가 교차될 때엔 롤링 스톤스의 <2000 Light Years From Home>이 흐르고, 앤디 워홀의 파티에서는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I’m Waiting For The Man&t;이 쿵작거리는 식의 소소한 재미들. 덕분에 너무 늙은 토미 리 존스 할아버지의 얼굴도 큰 걱정 없이 볼 수 있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