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어른을 위한 동화 <19곰 테드>
2012-09-26
글 : 장영엽 (편집장)

미국 문화에 관심 많은 독자들이라면 <패밀리 가이>라는 애니메이션을 한번쯤 들어봤을 거다. 한 무리의 가족들이 나와서 풍자 섞인 대사와 엉뚱한 농담을 쏟아내는데, 그들의 인기는 현재 가족 애니메이션의 고전이라 평가받는 <심슨네 가족들>의 인기를 훌쩍 뛰어넘는다. 그중에서도 가족들이 키우는 강아지 브라이언의 인기가 대단하다. 두발로 걷고 독설을 내뱉으며 인간 여자와 데이트를 즐기는 브라이언의 매력은 <패밀리 가이>를 폭스의 간판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데 크게 일조했다. <19곰 테드>의 감독이 <패밀리 가이>의 크리에이터 세스 맥팔레인이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브라이언과 마찬가지로 귀여운 외모에 그런 겉모습을 배반하는 성격을 지닌 곰돌이 애니메이션을 구상하던 맥팔레인은 CG와 시각효과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이 아이템을 실사영화로 구현해내는 데 성공했다. <패밀리 가이>의 거침없는 유머감각을 빼닮은 <19곰 테드>는 그렇게 탄생했다.

영화는 구연동화의 형식을 빌려 존(마크 월버그)과 테드(세스 맥팔레인)의 우정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조명한다. 유년 시절 단 한명의 친구도 가져본 적이 없던 존은 크리스마스 이브날 밤, 별똥별이 떨어지는 하늘에 소원을 빈다. 부모님이 선물로 준 곰돌이 인형이 말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놀랍게도 다음날 아침 곰돌이 인형은 존에게 인사를 건넨다. 존은 인형에게 테드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영원히 함께 있자고 약속한다. 수십년 뒤, 어른이 된 존에게 테드는 골칫덩이 친구다. 대마초와 술을 달고 살며 여자들에게 추파를 던지는 테드 때문에 존은 회사에서의 입지가 불안한 상황이다. 더군다나 여자친구 로리(밀라 쿠니스)와의 관계도 시도때도 없이 들이닥치는 테드 때문에 위태롭다. 나쁜 습관을 끊는 사람처럼 존은 테드로부터의 독립을 원한다. 둘 사이의 우정이 흔들릴 무렵, 테드의 스토커 돈니(지오바니 리비시)가 나타난다.

야한 농담을 던지고 말끝마다 욕을 입에 달고 사는 곰돌이에 대한 놀라움은 한순간이다. <19곰 테드>의 더 큰 매력은 곰인형을 단순한 인형으로 보이지 않게 하는 이야기의 흡입력에 있다. 모든 것은 영원할 수 없다. 어른이 되려면 동심의 세계를 지켜주었던 친구에게서 멀어져야 하는 날도 오는 법이다. 어린 시절, 누군가는 벽장 깊숙이 밀어넣고 다시는 쳐다보지 않았을 곰인형에게 생명을 불어넣음으로써 <19곰 테드>의 감정선도 깊어진다. 미국식 성인용 유머에 웃음을 터뜨리다가도 이 영화가 말하는 관계의 유한함에 불현듯 가슴이 찡해올 거다. 곰인형의 순수한 이미지로부터 의외의 모습을 끌어내고, 인형과 인간의 경계를 지우는 보편성을 부여한 <19곰 테드>는 <토이 스토리>시리즈를 아꼈던 성인 관객이 사랑할 만한 19금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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