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달 전 <미드나잇 인 파리>를 봤던 기억이 난다. 마치 신데렐라라도 된 듯 밤 12시에 정해진 장소에서 푸조형 타임머신을 기다리던 그 남자. 꿈에서 깨면 자기 회의에 빠진 별볼일 없는 얼치기 예술가로 돌아가야 했던 그 남자. 그의 얼굴 위로 다른 남자의 얼굴 하나가 어렵지 않게 겹쳐졌다. 바로 우디 앨런 감독의 얼굴이었다. 그가 직접 주인공을 연기하기 힘든 나이가 된 뒤에도, 그의 주인공들은 늘 어딘가 그와 닮은 구석을 드러냈다. 그의 필모그래피가 서사시부터 SF에 이르기까지 범상치 않은 스펙트럼을 자랑하지만, 캐릭터에 새겨져 있는 작가의 인장 때문에 그의 영화는 언제나 코미디로 인지되곤 했다. 그 웃음의 공약성분이 무엇인지 <우디 앨런: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를 보면 알 수 있다. 모질었던 어머니와 울적했던 학창 시절을 거쳐 그는 개그를 팔던 작가에서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TV 스타로, 그리고 끝내 영화감독 겸 배우로 성장했다. 그 과정에서 그가 경험한 성공과 실패가 모여 그의 염세주의적 세계관을 형성했을 것이다.
솔직히 아주 몰랐던 이야기는 아니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이야기에 가깝다. 하지만 인터뷰어를 탓할 일은 아니다. 우디 앨런 감독은 인터뷰를 귀찮아하기로 유명하다. 조금은 웃겨줄 것이라는 인터뷰어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데도 별 관심이 없다. 그런 조건 속에서 로버트 B. 웨이드 감독은 충분한 시간을 들여 그와의 친밀도를 높이고, 가능한 모든 자료를 긁어모았다. 그리고 그 자료를 재치있게 묶어냈는데, 그 재치의 방식이 우디 앨런식 개그와 그럭저럭 닮았다. 특히 영화에 대한 인용이 절묘하다. 그것만으로도 우디 앨런에 관한 다큐멘터리의 스탠더드를 제시했다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