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지하세계를 평정한 사나이 돈(샤룩 칸)이 이제 유럽 대륙을 손에 넣기 위해 움직인다. 위협을 감지하고 일부러 특수팀의 비샬말릭(옴 푸리)에게 자수를 하고 감옥에 들어간 돈은 그곳에서 자신을 향한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던 바르드한(보만 이라니)과 연합해 탈옥한다. 여형사 로마(프리얀카 초프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 경찰이 그를 뒤쫓지만 여유만만한 돈은 이번엔 유럽에서 사상 최대의 범죄를 계획한다.
보는 내가 다 부끄럽다. 그런데 그게 또 왠지 멋지다. <천재사기꾼 돈: 세상을 속여라>는 지금 인도영화의 현주소를 증명하는 영화다. 익히 알고 있는 마살라 무비(춤과 노래가 어우러진 뮤지컬 형식)의 요소를 최대한 자제하고 할리우드 액션영화의 공식들을 모사해나가는 이 영화는 전형적인 인도식 프랜차이즈 영화라 할 수 있다. 전작 <돈>(2006)의 폭발적인 흥행에 힘입어 스타 감독의 반열에 오른 파르한 악타르 감독이 다시 한번 메가폰을 잡고, ‘3대 칸’으로 불리는 인도의 국민배우 샤룩 칸과 2000년 미스 월드 출신 프리얀카 초프라가 주연을 맡았다.
영화는 속편의 공식에 따라 유럽으로 무대를 옮겨 더욱 커진 스케일과 스펙터클을 선보인다. 사실 무작정 할리우드 흉내만 냈다면 별 볼일 없겠지만 인도 박스오피스 1위의 성적이 증명하듯 의외로 그 만듦새와 솜씨가 탄탄하다. 몇몇 조악한 장면이 없진 않지만 핵심이 되는 (한국 차가 무더기로 등장하는) 자동차 추격 신 등의 완성도는 인도영화의 기술적 수준을 다시 보게끔 한다. 이야기의 짜임새나 긴장감도 예상외로 훌륭하다. 문제는 어디까지나 ‘예상외’라는 점이다. 긴 러닝타임과 인도식 영웅서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낯간지러울 수 있으니 주의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