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지루함이 없는 전기영화 <끌로끌로>
2012-09-26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클로드 프랑수아는 1960년대에서 70년대까지 많은 인기를 누린 프랑스 음악계 인물이었으며 1978년 돌연 욕실에서 감전사하기 전까지 프랑스인들의 스타였다. ‘끌로끌로’는 그의 애칭이었다. 영화는 프랑수아가 유년 시절을 보낸 이집트에서부터 시작한다. 이집트가 정치적으로 혼란에 빠지자 프랑수아의 아버지의 사업도 기울게 되고 그는 클럽의 가수를 전전하며 겨우 밥벌이를 하게 된다. 하지만 본격적인 음악 생활을 위해 파리에 도착한 프랑수아의 앞길은 이제 탄탄대로다. 그는 1961년에 데뷔 앨범을 낸 다음 이듬해부터 곧장 스타로 다시 태어난다. 1968년에는 프랭크 시내트라의 노래 <마이 웨이>로 더 잘 알려진 원곡도 발표한다. 그는 음악을 떠나 사업가로서도 자리를 굳혀간다.

<끌로끌로>는 평범하지만 지루함이 없는 전기영화다. 에디트 피아프의 생애를 다뤘던 <라비앙 로즈>의 연출자 플로렝 에밀리오 시리가 연출했고 우리에게는 <로나의 침묵> <더 차일드> 등 다르덴 형제 영화의 주인공으로도 익숙한 배우 제레미 레니에가 클로드 프랑수아를 연기한다. 플로렝 에밀리오 시리는 비록 뛰어나진 못해도 성실한 방식으로 스타 뮤지션의 생을 정리해냈고 제레미 레니에는 평소 작은 일에 화를 자주 내는 프랑수아의 신경질적인 반응이나 어떤 창조적 편집증 혹은 여성 편력 등에 초점을 맞춰 연기한다. 전기영화인 반면 음악영화와도 얼마간 교집합을 이루는 이 영화에는 그래서 수차례의 공연장면을 듣고 보는 재미가 있다. 프랑수아의 노래는 물론이고 더불어 당대의 스타 뮤지션이었던 조니 할리데이와 프랑스 갈과 오티스 레딩을 보는 재미도 잠깐씩 느낄 수 있다. 이를테면 우디 앨런의 <미드나잇 인 파리>를 보며 헤밍웨이와 달리와 피카소를 보는 것과 같은 종류의 재미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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