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판.판.판]
[충무로 도가니] 좀 나눠 가집시다
2012-10-01
글 : 원승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사무국장)
극장 상영 프로그램의 다양화 유도할 독과점 규제 원칙 필요하다
<피에타>

최근 <피에타>의 상영을 두고 말들이 많다. 주로 메이저 배급사가 배급하는 한두편의 영화가 시장을 독과점하는 행태에 대한 비판이다. 독과점 행태가 가능한 것은 거대 배급사와 거대 상영관이 수직계열화되어 있기 때문이고, 이런 환경이 작은 영화들을 죽이고 있다는 비판도 함께 제기된다. 이런 일들은 거의 매년 반복되어온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못했다. 결정적인 이유는 상영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영화관이 없기 때문이다. 영화관쪽은 “독립/예술영화의 상영 기회가 영화인들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규모이겠지만, 이런 영화들을 상영하는 관의 좌석점유율이 워낙 낮다보니 수익을 좇는 사기업으로서 더이상의 확대는 어렵다”라는 입장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CGV 무비꼴라쥬의 경우 평균 좌석점유율은 일반 상영관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해당 기사에서 무비꼴라쥬 강기명 팀장은 “무비꼴라쥬 자체가 공익적인 성격이 강하지만, 사기업으로서 실적을 완전히 무시하고 대의명분만으로 확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결국은 수익이 나지 않는 것이 문제란 거다. 많은 사람들이 시장경제 체제에서 돈이 안되는 일을 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에 늘 해법은 ‘공적 지원의 확대가 필요하다’로 수렴된다. 공은 다시 정부 지원으로 넘어간다. 정책기구는 ‘지원이 부족하다는 걸 안다’고는 하는데, 뾰족한 대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의 해법으로 기왕에 제시되어온 ‘멀티플렉스에 다양한 영화가 상영되도록 규제’하는 방안과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하는 전용관을 확대’하는 방안 외에 다른 해결책은 없어 보인다. 상영할 수 있는 스크린을 확대하는 방법이 그것 말고는 딱히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해법을 어떻게 찾느냐다. 전자의 경우, ‘사기업의 영업행위를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나’란 주장에 해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고 후자의 경우 예산 확보의 문제와 효과적인 운영 방식을 만드는 일이 필요하겠다.

후자의 해법은 이미 이야기들이 많았으니 전자의 해법을 찾아보자. 우선 사기업의 영업 행위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보장될 수 있는 것은 아니란 점에 주목하자. 그리고 여기서 다루는 상품이 ‘문화’라는 점도 짚고 넘어가자. 이런 관점에서 규제의 원칙을 만들 수 있겠다. 예를 들면 ‘자유롭고 균형적인 문화 소통을 통한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문화국가 실현’의 원칙과 ‘대규모 유통업에서의 공정거래 질서 확립과 자유로운 경쟁 촉진을 통한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성장과 발전’의 원칙 등 문화진흥정책과 민주적 시장경제의 기본 원칙에 근거해, ‘시장 지배적’ 영화 유통업자(배급사, 상영관)를 규제하는 방식이 채택될 수 있다. 강조하지만, 모든 업자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지배적 지위’에 있는 사업자의 과도한 지위 남용과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는 형태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당 업자에 한해 상영 프로그램 쿼터든 멀티 상영 제한이든 독립/예술영화 의무 상영이든 상영 프로그램의 다양화에 기여할 수 있는 규제를 도입하면 된다.

아울러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주요 영화를 독점하여 독립적인 업자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겠다. “대규모 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등 기존 법의 적용도 고려해볼 만하지만, 영화 등의 문화시장은 여타 산업의 시장과 계약, 거래 등의 형태가 다르니 참조는 하되, 독자적인 방식으로 접근하여 규제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더 낫겠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르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일정한 거래 분야의 공급자나 수요자로서 단독으로 또는 다른 사업자와 함께 상품이나 용역의 가격ㆍ수량ㆍ품질 기타의 거래조건을 결정ㆍ유지 또는 변경할 수 있는 시장 지위를 가진 사업자를 말한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판단은 시장점유율, 진입장벽의 존재 및 정도, 경쟁사업자의 상대적 규모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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