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소식]
[interview] “홍콩이 제3의 주인공이다”
2012-10-05
글 : 강병진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개막작 <콜드 워> 감독 써니 럭과 렁록만
써니 럭, 렁록만 감독(왼쪽부터).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인 <콜드 워>는 경찰조직의 내부갈등을 그리는 영화다. 조직 밖의 적과 맞서야할 경찰들이 서로 힘겨루기를 하는 모습은 여느 회사 속 직장인의 고충과 다를 게 없다. <콜드 워>의 공동감독인 써니 럭과 렁록만은 “우리는 그런 힘겨루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콜드 워>를 연출하기 전, 써니 럭은 <이사벨라>와 <다크 나이트>등의 조감독을 맡았고, 렁록만은 <복수> <엽문3>의 미술을 맡은 프로덕션 디자이너였다. 같은 작품을 한 적은 없지만 두 감독은 평소 “일이 없을 때마다 만나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구상하던 사이였다”고 한다.

-공동연출을 할 때 서로 업무분담이 있었을 것 같다.
=써니 럭_정확히는 렁록만이 감독이고 내가 부감독이다. 업무분담을 정확히 나누지는 않았다. 부감독인 내가 스토리보드를 만들고 배우들의 동선을 확인한 후, 다시 렁록만과 대화를 하면서 만들었다.
렁록만_요즘 홍콩영화계에서는 두 사람이 감독이 함께 연출하는 게 유행이다. 우리가 처음은 아니다.

-<콜드 워>의 시나리오도 함께 쓴 건가.
=써니 럭_시나리오는 렁록만이 썼다. 이야기는 처음부터 함께 구상했다. 영화일이라는 게 한 작품이 끝나면 당분간은 시간이 많다. 그때마다 만나곤 했다.
렁록만_써니 럭과는 취향이 잘 통하는 편이었다. 좋아하는 영화, 좋아하는 감독들의 리스트가 거의 일치한다.

-<콜드 워>는 라우(곽부성)과 리(양가휘), 두 인물을 통해 범죄조직내부의 경쟁관계를 그리는 영화다. 기존의 범죄영화와는 다른 접근이다. 누가 먼저 어떤 계기로 구상하게 됐나.
=써니 럭_누구의 생각이었는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대화하던 도중에 이야기가 나왔다. 그리고 그때가 술을 마시고 있을 때라….(웃음)
렁록만_일단 경찰이 등장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던 중에 미국 대통령 선거가 진행됐다. 버락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이 민주당 후보경선부터 갈등을 빚고 있었다. 오바마는 힐러리가 여자인 점을 강조하고, 힐러리는 오바마가 흑인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런데 오바마가 당선되자 힐러리는 그와 악수를 하며 앞으로 그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겠다고 하더라. 그런 모습을 보면서 가장 높은 자리를 위해 경쟁하는 두 사람의 구도, 그리고 누군가 그 자리에 올랐을 때 서로를 인정하는 태도를 떠올렸다.

-기존의 홍콩범죄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점, 혹은 아쉬운 점에 대한 생각이 <콜드 워>에도 반영돼있지 않을까?
=렁록만_알고 있겠지만, 홍콩영화는 경찰영화가 주류를 이룬다. 그들에게서 모자란 점을 찾으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많은 영감을 받으려했다.
써니 럭_기존 영화보다는 기존의 시스템에 아쉬운 점이 많았다. 홍콩에서는 영화를 찍을 때, 한국처럼 정부기관의 협조를 받기가 어렵다. 도로장면을 찍을 때도 허가를 받은 후, 통제 하에 찍는 게 아니라 차가 없을 때 잠깐 찍고 빠지는 식이다. 그러다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콜드 워>도 그런 상황을 개선하면서 만들지는 못했다.

-홍콩의 선배감독들 중에서 당신들의 영웅이 있다면 누구인가.
=써니 럭_사실 나는 스티븐 스필버그와 로버트 저메키스가 최고다. 관객을 흥분시키는 오락성과 창의력을 보면 언제나 놀랍다.
렁록만_홍콩의 많은 영화인이 그렇겠지만, 나 역시 오우삼 감독을 사랑한다. <콜드 워>도<첩혈쌍웅>에서 모티브를 얻은 게 있다. 주윤발이 담배를 피던 상황을 이수현이 상상하는 장면은 정말 최고다. 몇몇 액션 장면은 <콜드 워>에서도 비슷하게 시도를 해보려했다. 하지만 그만큼 좋게 찍을 수 있는 자신이 없었다.
써니 럭_한국의 드라마에서 영향을 받은 부분도 있다. <아이리스> 같은 드라마도 조직 내부의 갈등을 다루지 않나.
렁록만_나도 한국드라마를 자주 보는 편이다. 최근에는 <신사의 품격>을 봤고, 요즘에는 <유령>을 보고 있다.

-양가휘와 곽부성을 캐스팅할 때는 어떤 의도였나.
=써니 럭_양가휘는 누가 자신을 건드리면, 바로 보복할 것 같은 강한 느낌을 생각했다. 그에 비해 곽부성은 바로 공격하기보다는 먼저 차분히 생각하는 이미지로 그리려 했다. 문과무의 대립이랄까?
렁록만_사실 홍콩배우들을 놓고 볼 때, 선택범위가 그리 넓지 않았다. 4,50대를 연기할 수 있는 배우 중에서 양가휘와 곽부성은 최고의 선택이었다.

-<콜드 워>가 묘사하는 홍콩의 분위기가 기존의 영화와 다른 느낌이 있었다. 기존의 범죄영화가 도심을 뛰어다니는 영화라면, <콜드 워>는 고층빌딩의 스카이라인을 주로 보여주는 영화다.
=써니 럭_홍콩에서는 요즘 오래된 건물을 다 무너뜨리고 있다. 지금 홍콩의 모습을 이 영화를 통해 남기고 싶었다. 지금 새롭게 세워지는 빌딩들, 홍콩에서 중요한 건물들은 모두 보여줄 수 있는 앵글을 고민했다.
렁록만_우디 앨런의 <맨하탄>을 보면, 맨해튼이라는 도시 자체도 주인공이다. <콜드 워>도 홍콩이 제3의 주인공인 영화가 되었으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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