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낯선곳에서의 소동 <점쟁이들>
2012-10-10
글 : 김태훈 (영화평론가)

귀신 쫓는 점쟁이의 일인자 박 선생(김수로)은 큰판을 벌이고자 팔도의 유명한 점쟁이들을 불러모은다. 그리고 버스를 대절해 의문의 사고가 일어나고 있는 울진리로 향한다. 마을이 가까워지자 알 수 없는 강한 기운이 버스를 덮친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점쟁이들은 모두 떠나고 박 선생과 같은 스승 밑에서 수학한, 한쪽 눈으로 귀신을 보는 재야의 고수 심인(곽도원)과 공학박사 출신으로 과학적인 방법과 장비로 접근하는 석현(이제훈), 잘나가는 타로 점성술사이자 사물을 통해 과거를 읽는 승희(김윤혜), 어린 나이지만 미래를 보는 월광(양경모) 그리고 지방 신문사로 좌천된 기자 찬영(강예원)이 박 선생과 함께 남는다. 악령의 존재를 하나둘 조사해나가던 그들은 찬영의 아버지가 마을에서 일어난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과 악령이 일제 강점기 때 난파된 보물선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점쟁이들>은 감독의 전작인 <시실리 2km>와 <차우>와 마찬가지로 한 시골마을에 들어온 외지인들이 벌이는 소동을 다루고 있다. 전작에서 신정원 감독은 그러한 소동이 벌어지는 어떤 상황을 설정하고 그 속에서 현실적인 것과 비현실적인 것, 어울리는 것과 어울리지 않는 것 사이의 충돌에서 경쾌한 웃음을 만들어내왔다. 그리고 그런 웃음을 다양한 장르를 집어넣고 뒤섞어 변용하는 과정에 버무려냈다. <점쟁이들>은 전작들과 궤를 같이하지만 전작들에서 보여준 웃음과 감독의 재기가 잘 드러났는가는 의문이다. 상황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웃음이라기보다는 억지로 만들어진 웃음이라는 느낌이 드는 부분이 많고 박 선생과 석현의 관계라든지, 찬영 아버지의 등장과 갑자기 나타나는 보물선이라든지 많고 다양한 설정에 비해 그 개연성은 갑작스럽고 낯설다. 초인적인 능력을 강조하는 슈퍼히어로물이나 보물선을 둘러싼 어드벤처, 호러와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를 섞으려고 하지만 적절히 배합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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