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시골마을, 십대 소년 세명이 온라인 채팅으로 만난 여자와 하룻밤을 즐기기 위해 그녀가 살고 있는 산속 외딴집으로 찾아간다. 하지만 그곳에서 흥분한 소년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극단적 원리주의를 내세운 ‘파이브 포인트’라는 이교도 집단이다. 광기어린 목사가 이끄는 이 광신도들은 마을에 있는 동성애자들을 시작으로 자신들의 교리에 어긋나는 자들을 몰래 잡아와 하나씩 처형해나가는 중이다.
데뷔작 <점원들>로 미국 독립영화계의 ‘악동’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케빈 스미스의 신작 <거친 녀석들: 거침없이 쏴라>는 마치 ‘새로운 이야기란 더이상 존재하지 않아’라고 선언이라도 하듯 우리가 다른 영화에서 수없이 봐왔던 이야기들을 빠짐없이 등장시킨다. 철없는 십대 청소년들, 광기어린 이교도 집단들, 동성애 혐오 범죄, 무자비한 공권력과 무분별한 매스미디어 그리고 엄청난 물량의 총격전까지 어느 하나 없는 게 없다. 이제 여기 필요한 건 이 ‘재료들’을 완성된 요리로 만들어줄 ‘레시피’다.
이 영화에서 케빈 스미스가 선택한 ‘레시피’는 미국의 수정헌법이다. 영화의 도입부, 주인공 소년들은 종교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 집회의 자유 등을 보장하는 수정헌법 1조와 무기 소지의 자유를 보장하는 수정헌법 2조에 대한 수업을 듣는다. 하지만 수업이 끝나고 한바탕 즐기려는 생각에만 빠져 있던 소년들은 하지 않은 숙제로 체벌을 받듯 이 수정헌법의 내용을 몸으로 고스란히 ‘체험’하게 된다. 여기에 감독은 9•11 이후 새롭게 등장한 ‘반테러법’까지 슬쩍 얹어놓는다. 영화 속 소년의 엄마가 하는 첫 대사, “너, 숙제는 했니?” 그렇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은 이미 학교에서 다 배웠다. 다만 너무 많은 숙제는 감당하기 힘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