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up]
[클로즈 업] 순자는 벗어나고 싶다 절박했던 나처럼
2012-10-23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사진 : 백종헌
<바비> 이상우 감독

이상우 감독은 국내의 한 유명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자신에 관한 별별 흉측하고 해괴한 말들이 오갔음을 전하면서도 언짢기는커녕 도리어 재미있다는 듯 깔깔 웃는다 .“감독이 어렸을 때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했을 거다 등등 별 얘기가 다 있더라고요. 그래도 괜찮아요. 제가 늘 말하지만 무플보다는 악플이 저는 더 좋아요.” <엄마는 창녀다> <아버지는 개다> 같은 선정성 짙은 그의 영화가 그런 나쁜 소문을 만들었을 것이다. 보통 변태 감독 이상우로 통하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번에 개봉하는 영화 <바비>는 나신 하나 없는 영화이며 게다가 어린 소녀들이 등장하는 영화다. 변태 감독과 입양아 소녀들의 이야기는 어떻게 만나게 된 것인가, 궁금했다.

-뭔가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모양이다.
=‘영화 한국을 만나다’ 프로젝트 중 한편이었다. 한국의 도시 한 군데를 정해서 그 도시를 배경으로 찍는 프로젝트인데 포항은 아직 안 했더라. 그런데 나 같은 극악무도한 감독이 찍는 바람에 포항이 무슨 불법 입양의 본거지처럼 보이게 된 거다. (웃음) 김새론, 김아론 나오는 영화니까 훈훈한 이야기일 거라고 예상들 했었는지 처음에 시사하고 나서는 관계자들 표정이 안 좋더라. 이탈리아 지포니영화제에서 상을 탄 다음에 그런 분위기가 반전됐다.

-주인공이 이천희다.
=이천희씨가 어느 날 텔레비전으로 내 영화 <엄마는 창녀다>를 볼까 말까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저런 극악무도한 영화가 다 있냐고 생각했단다. 그런데 그 다음날 <바비> 시나리오가 간 거다. 인연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동안 착한 역할만 너무 해서 악역이 하고 싶었고 이 역할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김새론, 김아론, 아역 스타(?) 배우들이 출연한다. 의외다.
=처음에는 새론이 어머니가 허락도 안 할 줄 알았다. <엄마는 창녀다> 만든 감독한테 누가…. 그런데 놀랍게도 한다고 하더라. 처음에는 새론이 동생이 있는 줄도 몰랐다. 그런데 아론이가 같이 온 거다. 아론이는 원래 배우 할 생각도 없고 걸그룹 되는 게 꿈이라더라. 그런데 같이 하자고 꼬인 거다. 그렇게 해서 언니 순영은 새론, 동생 순자는 아론이 하게 됐다. 친자매이기를 처음부터 원했다. 배우 구인광고 낼 때도 그렇게 냈었고. 내가 만든 첫 번째 연소자 관람 영화가 될 거라고 떠들고 다녔는데 등급 받는 날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청소년 관람불가로 되어 있었다. 왜 그랬을까. 내 생각에는 그동안의 영화 때문에 괘씸죄, 뭐 그런 것에 걸린 것 같다.

-감독 본인이 잠깐 출연한다. 아이한테 추태 부리는 남자로.
=말도 마라. 그날 새론이가 울고불고 말도 아니었다. 물론 그게 다 내 연기가 훌륭해서라고 생각은 한다. (웃음) 나이 많은 스탭들에게 많이 혼났다. 왜 애를 울리냐고. 실은 새론이가 이 부분 보고 놀랄까봐 미리 정해진 대사 없이 애드리브로 갔다. 결국에는 영화 속 순영이 아버지에게 프라이팬으로 머리를 맞는 장면이 나온다. 너무 세게 맞아서 한 시간쯤 촬영을 못할 정도였다. (웃음) 실은 지적 장애 아버지이지만 아버지가 딸을 지켜주는 장면을 하나쯤 넣고 싶었다. 그래서 그 장면이 꼭 필요했다.

-그러고 보니 이 가족을 보여줄 때 느낌이 좋은 장면이 하나 기억난다. 카메라가 가족을 전면에 놓고 서서히 뒤로 빠져 집 바깥으로 나가는 장면이다.
=환상처럼 찍으려고 했다. 그렇게 카메라가 문을 벗어나는 걸 환상처럼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다 악당인 작은아빠가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오면 다시 현실로 돌아가는 거다. 트랙 아웃해서 찍었는데, 예전에는 트랙을 깔 돈이 없어서 못 해본 거다. 내 돈이 아닌 돈으로 영화를 찍는 행복감을 이번 영화에서 처음 느껴봤다.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소재가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
=꼭 아메리칸 드림이라기보다는, 그게 순자가 그 지긋지긋한 곳을 벗어나고 싶어서 가진 생각 중 하나다. 내가 학교가 싫어서 극장에 간 것처럼 순자의 경우는 그게 미국인 거다. 모든 사람이 원하는 각자의 탈출구가 있지 않나. 나도 한국에서 대학을 가고 싶었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미국에 간 거다. 절박했다. 순자도 나처럼 절박하다. 이 영화를 처음 생각했을 때부터 순자가 내 관심이었다. 그래서 실은 새론이에게도 처음에는 순자 역할을 제안했었고. 지금은 아론이의 연기가 나의 후진 연출력을 도와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준비하는 작품이 많을 거다. 조선시대 성형의사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가제는 <조선 성형의 꽃>이다. 1월부터 시나리오만 10개월째 고치고 있다. 나의 첫 상업영화가 될 거다. 그리고 기존에 촬영한 <지옥화> <나는 쓰레기다>가 있고 <발기의 끝>이라는 영화도 촬영했다. <바비> 끝나면 차례로 개봉해야지. 무엇보다 관객이 많이 보는 영화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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