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자유를 찾아 <롱 폴링>
2012-10-24
글 : 이주현

외딴길에서 소녀가 차에 치어 죽는다. 로즈(욜랭드 모로)는 사고를 낸 남편을 대신해 경찰에 전화를 하고, 소녀의 부모를 만나고, 자동차 시트의 핏자국을 닦아낸다. 그리고 얼마 뒤 로즈는 소녀가 죽은 그 길에서 남편이 저지른 사고와 똑같은 방식으로 남편을 차로 받아 살해한다. 남편의 학대로 점철된 32년 결혼생활은 그렇게 끝이 난다. 자신의 범행을 숨긴 채 남편의 장례식을 치른 로즈는 급하게 짐을 꾸려 도시에 사는 아들 토마스(피에르 모레)의 집으로 이사를 간다. 자유의 몸이 된 로즈에겐 죄책감보다 해방감이 더 크다. 토마스 역시 폭력적인 아버지로부터 벗어난 어머니의 새 출발을 기쁜 마음으로 돕는다. 그러나 경찰 수사 결과 로즈가 남편을 죽였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토마스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괴로워하고, 로즈는 그 길로 아들의 집을 떠난다.

<롱 폴링>은 <세라핀>으로 2009년 세자르영화제에서 작품상 등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마르탱 프로보스트 감독의 두 번째 영화다. 스스로의 힘으로 자유를 찾아 나서는 여성의 삶을 좇는다는 점에서 <롱 폴링>은 감독의 전작과 닮았다. <롱 폴링>의 핵심은 로즈라는 캐릭터다. 로즈는 폭력적인 남편에게서 도망치는 대신 살인이라는 극단의 폭력을 행사한다. 또 경찰에 자수하는 대신 세상 끝까지 가보겠다는 각오로 도주한다. 감독은 주인공의 극단적 행동이 그러할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설득하는 데 성공한다. 감독은 또 “로즈가 관객에게 희생자로 그려지지 않도록 신경썼다”고 말했다. 그래서 영화는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인 로즈에게 섣불리 판단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다. 마르탱 프로보스트 감독의 섬세한 연출도 빼어나지만 욜랭드 모로의 열연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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