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예술가들의 연쇄죽음 <부귀영화>
2012-10-24
글 : 남민영 (객원기자)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부산에 위치한 ‘오픈 스페이스 배’에 모인 국내외 시각예술가들. 그들은 배밭에 위치한 숙소에서 합숙을 시작하며 작품활동에 매진한다. 이들을 찍기 위해 부산으로 내려온 다큐멘터리팀도 분주히 움직인다. 어느덧 전시회 오픈 일정이 다가오고 전시회를 기념하기 위해 열린 파티에 묘령의 여인이 찾아온다. 묘령의 여인은 파티가 끝나도 돌아가지 않고 예술가들 사이를 유령처럼 배회한다. 그리고 특별한 이상징후를 보이지 않았던 예술가들이 묘령의 여인과 접촉한 뒤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한다.

<부귀영화>는 레지던시 프로그램 실황에 호러를 덧입혀 가공한 페이크 다큐멘터리다. 10개의 챕터로 이뤄진 작품은 챕터마다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예술가들의 작품 이야기와 그들의 트라우마에 대해 들려준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곁을 맴도는 묘령의 여인과 접촉한 뒤 사라지는 듯하지만 그들의 실종은 예술가 개인이 가진 트라우마와 더 연관이 있다. 묘령의 여인이 예술가들의 트라우마를 건들며 그들을 죽음으로 치닫게 만든다는 설정 때문이다. 그러나 이 설정은 개인의 트라우마와 죽음의 상관관계를 제대로 보여주지 않아 설득력을 잃는다. 그렇기에 예술가들의 연쇄적인 죽음은 극에 어떠한 긴장감도 주지 못한 채 챕터마다 반복될 뿐이라는 인상을 남긴다. 예술가들이 보여주는 작품과 호러가 결합해 내뿜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만하지만 이조차도 빛을 보지 못한다.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묘령의 여인만 덧입힌 듯한 결과물은 페이크 다큐멘터리가 가진 묘미와 호러가 가진 매력을 한데 담아 보여주기엔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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