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사회 밑바닥의 그물망 <비정한 도시>
2012-10-24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물론이다. 이 도시에는 수많은 사연들이 웅크리고 있다. 그리고 그 사연을 지닌 사람들은 서로를 모른다 해도 이미 얽혀 있다. 그것이 이 도시의 비정함을 낳는다. 가령 이런 식이다. 췌장암 말기에 놓인 아내(서영희)의 병원비를 위해 사채업자에게 5천만원을 빌린 남자(김석훈)는 돈을 갚지 못할 처지가 되자 사채업자에게 신장과 간 중 하나를 떼어주어야 할 판이다. 한편 그의 장기를 요구하는 악독한 사채업자(이기영)의 아내는 지금 바람을 피우고 있다. 그런데 그녀가 묵은 모텔 창문 너머로 감옥을 탈출한 탈옥수(안길강)가 영문도 모른 채 떨어져 죽는다. 그 탈옥수는 우연히 옥상에서 어느 췌장암 말기 환자의 자살을 막으려다 떨어져 죽은 것이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던 사채업자의 아내는 돈이 필요한 한 택시기사(조성하)에게 납치되는데 그 택시기사가 돈이 필요해진 이유는 자신의 뺑소니 범죄를 목격한, 그러니까 사채업자에게 장기를 적출당할 위기에 놓인 남자(김석훈)의 협박 때문이다. 이 남자도 돈이 필요했다.

사회 밑바닥에 쳐진 그물망을 복잡한 연계와 역설의 아이러니로 포착해내려한 설정은 충분히 흥미로울 수 있었다. 영화가 표방한 것처럼 미스터리 스릴러의 전통적 재미까지 만끽하지는 못했지만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들의 관계가 층을 쌓아갈 때 작품도 풍성해지나 싶었다. 하지만 의도가 너무 앞선 것 같다. 인물 관계는 어느새 평평하게 퍼져버린다. 혹은 설정만 강조된다. <비정한 도시>는 말하자면 이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잘못되고 잘못을 끼칠 수 있는 사례를 항목별로 고루 가져오지만 그들의 사태를 체험케 하는 데에는 미흡하다. 영화적 밀도가 좀더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좋은 아이디어와 인물 설정이 돋보였으나 그 나머지가 뒤따르지 못한 사례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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