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무렵, 소설이나 영화의 주인공은 죄다 누군가의 죽음을 통해 어른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 그때까지 어떤 죽음도 겪지 못한 나로선 뭐랄까, 십대가 끝장났는데도 어른이 아니라니(젠장!)란 생각을 했다. 벌 받을 소리지만, 나를 어른으로 만들어주는 게 과연 누구의 죽음일지 꼽아보기도 했다. 그러나 한참 뒤, 이미 여러 번의 죽음을 경험했을 때엔 정작 어른 같은 게 되었는지 어떤지도 모르겠고, 아아 맙소사, 별로 달라진 것도 없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저 불안하고 미심쩍은 채로, 아무튼.
<19곰 테드>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패밀리 가이>의 세스 맥팔레인(당신 정말 웃기는 놈이야!)답게 능글거리는 아저씨 농담으로 가득하다. 귀여운 곰돌이가 주정뱅이 같고, 근육질의 아저씨가 애 같은 이 이야기는, ‘동화’가 으레 그렇듯 슬쩍 삶의 음영을 새긴다. 그러니까 우리는 하여간 이런저런 뭔가를 잃어버리고, 또 모자란 채로 남겨지면서 멍청한 어른이 되는 게 아닐까. 적어도 나로 말하자면, 퀸의 황당무계한 <Flash’s Theme>와 티파니(내 십대를 훔쳐간 빨강머리!)의 <I Think We’re Alone Now>에 휘말려 낄낄거리다 노라 존스의 <Everybody Needs A Best Friend>에 위로받는, 그런 멍청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