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찍기 전에 봅시다
2012-10-29
글 : 문석

정치의 계절임을 실감한다. 신문이며 TV며 인터넷 공간이며 할 것 없이 12월19일 치를 대통령 선거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으니 말이다. 이번 대선에서 특이점이 있다면 정치적 이슈를 전면에 내건 영화들이 쏟아져 나온다는 사실이다. <맥코리아> <MB의 추억> <유신의 추억: 다카키 마사오의 전성시대> <남영동 1985> <26년>이 그들이다. 이같은 영화들이 동시에 터져나오는 기저에는 이명박 정부의 영화정책에 대한 반발감이 존재할 것. 다시는 이런 대통령을 뽑지 않아야 영화계도 살고 한국사회도 나아질 것이라는 각오가 엿보인다는 말이다.

이미 개봉한 김재환 감독의 <MB의 추억>은 익히 알려졌듯 MB의 관점에서 2007년 대통령 선거와 이후 정국을 풀어내는 다큐멘터리다. 이 다큐에서 화자인 MB는 ‘경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굳히기 위해 애쓴다. 유세장에 모인 군중은 그의 입발린 말(이를테면 747 공약)을 믿고 “경제를 살려달라”고 애원했고 그에게 표를 던졌다. 하지만 결과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바대로다. 흥미로운 대목은 그의 유세장면과 이명박 정부의 현실이 교차될 때다. “정부가 나서서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겠다”는 그의 말이 나오면 ‘반값 등록금 쟁취’를 외치다 경찰에 붙잡히는 대학생들의 장면이 연결되고, “이 정부(노무현 정부)는 국민에게 겁을 먹어야 하는데 국민을 마음대로 하려 한다”는 MB의 말 뒤에는 촛불 시위를 막기 위해 ‘MB산성’을 쌓는 장면이 이어진다. 가장 기가 막히는 순간은 후보 이명박이 “이런 정권을 5년 연장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부르짖을 때다. 아마 모두가 박수를 치며 동의한다 외치고 싶어졌을 거다. 물론 2012년 시점에서 말이다.

지난 10월23일 국회에서 첫 공개된 <유신의 추억…>은 시곗바늘을 1970년대로 돌린다. 박정희 정권, 특히 유신독재 시절 일어났던 무시무시한 사건들을 선 굵게 묘사하는 이 다큐멘터리는 보는 이를 섬뜩하게, 그리고 슬프게 만든다. 이 영화에서 가장 강조되는 사건은 박근혜 후보가 ‘헛소리’에 가까운 입장을 밝혔다가 곤욕을 치른 인혁당 재건위 사건이다. 그 어처구니없는 사법살인을 보고 있노라면 정권 유지를 위해 사람들의 목숨을 눈도 깜짝하지 않고 앗아가버린 권력자들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12월19일 올바른 선택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함께 든다. 불행히도 이 영화는 아직 배급사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데 빨리 좋은 파트너를 만나 개봉하게 되기를 바란다.

고 김근태 전 의원이 당했던 고문 과정을 생생히 묘사했다는 정지영 감독의 <남영동 1985>와 가상의 전두환 암살사건을 다루는 조근현 감독의 <26년>도 기대되는 영화다. 어두웠던 시대를 조명하는 이 영화들도 차기 권력을 잘 선택해야 우리 모두가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지당한 사실을 설파할 테니까.

이번호 표지에 <내가 살인범이다>가 <나는 살인범이다>로 잘못 나갔습니다. 독자 여러분과 영화관계자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내가 살인범이다>가 맞는 제목임을 다시 한번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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