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사이드 다운>은 마치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내레이션과 함께 환상적인 이미지로 시작한다. 영화의 배경은 위와 아래가 거꾸로 상반된 두 행성이 정반대의 중력으로 존재한다는 설정인데, 각각의 중력이 지배하는 서로 다른 두 세계는 결코 접촉할 수 없으며 이중 중력으로 엇갈린 채 마주보고 있다. 두 세계가 가장 가까이 맞닿은 비밀의 숲에서 우연히 만난 하부 세계의 아담(짐 스터지스)과 상부 세계의 에덴(커스틴 던스트)은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남다른 천재성을 지닌 아담은 그녀를 만나기 위해 상부 세계로 넘어갈 수 있는 특별한 물질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1시간이기에 체온이 높아져 몸이 타버리기 전에 빠져나와야만 한다. 게다가 국경수비대에 발각되어 추격을 당하기에 이른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금지된 사랑을 하는 아담과 에덴은 비밀의 숲에서 마치 ‘견우와 직녀’처럼 제한된 만남만 갖는다. ‘서로 다른 세계’라는 설정은 과학적 호기심도 자아내지만, 기암절벽에 서로 거꾸로 매달린 채 경이로운 키스를 나누는 장면처럼 무엇보다 로맨틱한 장면을 연출하는 데 쓰인다. 무중력 데이트 장면 역시 그러하다. 상부 세계로 가게 된 아담이 화장실에 갔다가 소변이 아래로 흐르지 않고 공중으로 치솟는 해프닝 또한 그래서다. 사랑하는 여인에게 고백하러 가는 머리 없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단편 <머리 없는 남자>로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후안 디에고 솔라나스 감독은 역시 기발한 설정과 화려한 비주얼로 <업사이드 다운>을 완성했다. 단편과 마찬가지로 사랑을 위해 역경을 견뎌내는 남자의 애틋함이랄까. 근래 보기 드물었던, 무척 시적인 SF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