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할리우드는 미국영화협회(American Film Institue, AFI) 필름페스티벌이 한창이다. AFI필름페스티벌은 세계 각국 영화들과 미국 인디영화 신작들의 프리미어가 매일 열리는 영화계의 큰 행사로, 연말 시상식들을 겨냥한 영화들이 쏟아져나오는 일명 ‘시상식 시즌’을 앞두고 출품된 영화들이 시상식의 투표권을 가진 각종 영화협회의 회원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설 수 있는 기회다. 2013년 오스카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부문의 한국 출품작인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도 이러한 치열한 홍보전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매년 한국에서 출품된 영화의 오스카 외국어영화상 노미네이션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기획해온 영화진흥위원회와 로스앤젤레스 한국문화원은 올해도 <피에타>를 미국의 영화팬들과 아카데미협회 회원들에게 알리기 위해 상영회와 관객과의 대화 등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다.
영화진흥위원회 로스앤젤레스 사무소의 황수진 소장은 11월2일 <피에타> 첫 상영과 11월4일 상영이 연이어 만석을 기록했고 상영관에 입장하지 못한 사람들 중에서는 감독과의 대화(GV)에 참석하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당시 현장의 열기를 전했다. <피에타>는 AFI필름페스티벌이 초청한 김기덕 감독의 세 번째 영화이며, 이전에 <시간>과 <아리랑>이 상영된 바 있다. 이 밖에도 할리우드 산업 동향을 전하는 웹진 <The Wrap>이 주관하는 오스카 출품작 상영회에서 <피에타>가 11월 5일 상영됐으며, LA의 무성영화극장 시네패밀리에서도 11월3일부터 5일까지 김기덕감독 특별전 ‘A Tribute to Kim Ki Duk’이 열려 <나쁜 남자>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빈 집> <시간> 등 4편이 상영됐다. 지금까지 한국영화는 오스카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른 적이 없는데, 올해는 출품작인 <피에타>가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기 때문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베니스에 이어 미국에서도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돈이라는 유령 하나의 등장인물
김기덕 감독의 ‘관객과의 대화’ 지상중계
-영화는 복수와 구원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하도록 만든다. 그 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정확한 답은 아직 찾지 못했다. 현대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믿음의 문제인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돈이라는 유령 같은 것에 현혹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영화에서 돈은 하나의 등장인물이다. 현대사회에서 돈은 단순히 물물교환의 가치가 아니라 권력이 되었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운명을 흔드는 유령이 되었다. 어쩌면 <피에타>라는 아주 작은 영화가 가족의 해체나 돈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더 크게는 국가가 잔인한 사채업자가 아닌가라는 비유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속 모자관계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해줄 수 있나.
=이 영화에는 진짜 가족과 가짜 가족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누어 봐서는 안되는 문제가 있다. 내가 낳은 자식과 내가 낳지 않았지만 스스로 엄마임을 자처해 얻은 자식이 똑같다고 말하고 싶었다. 영화 후반부에 세명이 누워 있을 때, 나는 그 셋이 진짜 가족이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슬프고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다. 죽은 아들의 옷을 빼앗아 입고 누워서 자신을 가족으로 받아들여달라고 간절하게 호소하기 때문이다.
-<피에타>는 아름답고 정치적이며 상징적인 영화다. 하지만 나는 보는 내내 남북관계에 대해서 생각했다. 한국의 상황이 이 영화에 영향을 주었나.
=내가 만든 모든 영화는 남북문제와 관련이 있다. 내가 만드는 영화들 속의 에너지, 혹은 반대로 말하자면 부정적인 파괴본능, 폭력성은 남북문제와 관련이 있다. 나의 아버지는 6•25에 참전해 총상을 입었고 크게 고통받았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병상에서 누워지내다가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두렵고 무서웠지만 아버지가 나에게 준 이미지- 열등감, 폭력성, 잔인함- 와 이야기들이 나의 영화들의 주제가 되었다. 내가 각본을 쓰고 제작하는 <레드패밀리>도 이 주제와 관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