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첩보원들의 버디무비 <더블>
2012-11-14
글 : 주성철

멕시코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향하던 이민자들 중 일부가 살해된다. 같은 시각, 러시아와 무기 거래를 하던 달든 상원의원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 해결을 위해 FBI와 CIA가 공조수사를 벌이는 가운데 톰(마틴 신)은 20년 전 사라진 냉전시대 소련의 최고 암살자 카시우스의 소행으로 결론짓고, 은퇴한 요원 폴(리처드 기어)을 불러들인다. 자료를 검토한 폴은 범인이 카시우스가 아니라고 얘기하지만, FBI의 카시우스 전문가인 신참 요원 벤(토퍼 그레이스)은 그의 소행이 틀림없다며 그와 공동 수사를 진행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폴은 자신이 죽였다고 알고 있던 카시우스 일당 중 한명인 부르투스가 살아서 복역 중임을 알게 되고 벤과 함께 교도소를 찾는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 자넨 뭐하고 있었나?” “TV로 보고 있었죠.” 이처럼 <더블>은 과거의 베테랑 요원이 신참 요원을 ‘샌님’으로 여기며 함께 수사를 벌여나가는 버디무비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거기에는 세 대통령을 모신 CIA 국장 톰이 더해져 무려 ‘삼대’에 걸친 첩보원들의 이야기가 된다. TV시리즈 <웨스트 윙>에서 바틀렛 대통령이었던 마틴 신과 리처드 기어의 존재는 <더블>에 무게감을 실어준다. 그들은 은퇴한 소련 스파이가 미국 어딘가에 살아 있다고 믿는 흥미로운 설정 위에서 티격태격한다. 하지만 배우들의 존재감과 뛰어난 설정과는 별개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솜씨는 별다른 긴장감과 박력을 자아내지 못한다. <더블>은 <3:10 투 유마>(2007)와 <원티드>(2008)의 시나리오를 썼던 마이클 브랜트의 데뷔작이다. 원작자로서 직접 메가폰을 잡고 싶었던 욕심은 충분히 수긍이 가지만, 배우들만으로 추진력을 얻기는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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