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슨(에단 호크)은 몇년 전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팩션(faction)으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소설가다. 그러나 그 뒤로 이렇다 할 작품을 내지 못하고 있던 중 일가족이 뒤뜰 나무에 목매달려 죽은 사건을 발견하고 새로운 소설의 구상에 들어간다. 영화는 그가 가족을 이끌고 그 집으로 이사를 가면서 시작되는데, 첫날 밤, 아니나 다를까 다락방에서 수상한 슈퍼에이트 필름 자료들이 발견된다. 그 필름 꾸러미 속에서 연쇄살인사건이 줄줄이 딸려나온다. 그리고 그 기록들 속에는 흡사 <배트맨> 시리즈의 조커를 연상시키는 괴이한 인상의 사내가 살아 있다. 담겨 있는 게 아니라, 살아 있는 게 핵심이다. 그러니까 이 살인 소설 집필기는 애초부터 과학수사물과는 거리가 멀다. 앨리슨 가족에게 필름과 관련하여 기이한 사건들이 하나둘 전개될 때 영화는 과학이 아닌 전설을 통해 설명하려고 하는데, 그 지점에서 팩션이 심령호러로 방향전환을 한다.
서스펜스는 대부분 영화 속 영화가 담당한다. 정체불명의 범인이 직접 제작, 조종까지 하고 있다는 설정의 이 호러 속 호러는 뚝뚝 끊겨 있는 편집으로 관객과의 타이밍 싸움에서 승리를 거둘 만하다. 그러나 문제는 그 영화와 영화 밖 현실이 어떤 식으로 내통하고 있는지 설명이 부실하다는 점이다. 영화는 앨리슨이 21세기 소설가라는 점을 망각한 채 주술적 힘에만 기댄 채 관객을 설득시키려 한다. 심지어 뒤로 갈수록 관객은 그가 필사적으로 가족을 구하려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왜 그토록 무력하게 남아 있기를 자청하는지 납득하기 어려워진다. 그 탓인지, 크레딧에서 주목도가 가장 높을 이름, 에단 호크도 별다른 힘을 보여주지 못한다. 쇠약한 플롯에 전염되어 그의 외모와 연기마저 쇠약해진 듯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