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요즘 바쁘시죠. 일단 차라도 한잔 하시면서… 뭘로 드시겠어요?
=저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로 주세요.
-혹시 아메리카노를 말씀하시는 거 아닌가요?
=몰라요. 하여튼 그걸로 주세요. 요즘 젊은 애들은 다 그걸로 마시더라고요.
-네, 아까 식사는 잘하셨어요? 또 자장면만 드시는 것 같던데.
=경찰이 식비 5천원 받아서 그럼 자장면 먹지 간장게장 먹겠어요? 암튼 죄송합니다. 제가 요즘 너무 예민해서….
-충분히 이해합니다. 15년 전 당신이 잡지 못했던 연쇄살인범 이두석이 최근 <내가 살인범이다>라는 자서전까지 출간했는데 기분이 참 더러울 것 같아요. 더구나 당신 얼굴에 그런 끔찍한 상처를….
=이두석 그 ㅆㅂㄹㅁ!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그만 욕이. 암튼 상처는 이제 괜찮습니다. 상처에는 역시 덧나지 않는 후세인이죠.
-이두석을 계속 추적했던 것으로 아는데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사실에 땅을 치셨겠습니다.
=공소시효에 대해서 정말 할 말 많습니다. 10명의 부녀자를 연쇄살인한 극악무도한 살인범이 15년 지났다고 죄가 없어지는 게 말이 됩니까? 그 정도의 긴 시간이 지나면 범죄자가 장기간의 도피생활로 법적으로 처벌받는 것과 동일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고, 사건 해결의 증거나 실마리들이 훼손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말이 되냔 말입니다.
-아무래도 그런 미제사건들이 누적되면 다른 새로운 범죄를 추적해야 할 수사력이 장기적으로 부족해진다는 게 가장 중요한 이유 아닐까요?
=그건 맞는 말씀입니다만, 개별적으로 수사하고 추적하는 유족들도 있거든요. 우리나라에 그런 분들이 한둘이 아닐걸요? 그러니 15년이란 기간이 터무니없이 짧다는 얘기죠. 게다가 숨어 지내면서 정신적 고통을 받는다고요? 이두석은 지금 베스트셀러 작가가 돼서 완전 스타인데! 최고급 호텔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그놈을 보면 수영장에 뱀이라도 풀고 싶어요.
-네, 설마 그런 팬덤 현상까지 생기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어요. 어쨌건 잘생기고 예쁘면 무죄구나 했죠. 미남무죄추남유죄랄까.
=참 더러운 세상이죠. 저도 이두석한테 입이 찢어지기 전까지는 꽃미남이라는 소리 많이 들었는데… 믿거나 말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