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범죄자라는 DNA <범죄소년>
2012-11-21
글 : 이영진

지구(서영주)는 친구들과 함께 빈집에 들어갔다가 갑자기 들이닥친 주인을 밀치고 황급히 도망친다. 지구는 특수강도 상해죄로 학교 앞에서 체포되고 소년원으로 보내진다. 소년원 생활이 1년이 다 되어가던 무렵, 엄마 효승(이정현)이 지구를 면회하러 온다. 어린 시절 집을 나간 뒤 소식 한번 없던 엄마다. 임시출소한 지구는 엄마를 따라나서지만 효승은 아들과 함께 살 변변한 거처조차 없다. 한편 지구는 여자친구 새롬(전예진)이 집에서 가출한 뒤 청소년 쉼터에서 지내고 있음을 전해 듣는다. 자신 때문에 미혼모가 된 새롬을 찾아간 지구는 용서를 구하지만, 새롬은 지구를 아는 척도 안 한다.

‘범죄소년’이라는 제목은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소년으로서 형벌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해 형사책임을 지는 자”라는 뜻으로 실제 쓰이는 법률용어다. 5개월 동안 소년원, 경찰서, 청소년 쉼터 등을 돌며 시나리오를 쓴 강이관 감독은 연일 뉴스를 도배하는 자극적이고 엽기적인 소년범죄를 소재로 끌어오는 대신 빈곤과 범죄의 악순환이 어디서부터 비롯되는지를 따져보자고 제안한다. 과연 그들의 불행은 그들이 선택한 결과일까. “모든 게 다 내 탓!”이라고 흐느끼는 효승을 안아줄 때 지구는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다. 범죄자라는 DNA를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난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이식된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야기 구조만 놓고 보면 도식적인 구석이 없진 않다. 하지만 <사과>가 그러했듯이, 강이관 감독은 인물들간 미묘한 감정의 파장들을 촘촘하게 그려냄으로써 이러한 약점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배우들을 언급할 때 맨 먼저 이정현, 서영주, 두 주연배우를 꼽아야겠지만, 실감나는 연기를 펼친 판사 역의 서영화도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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