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낡은 자동차 한대가 작은 마을을 누빈다. 운전석엔 ‘상근 패거리’의 우두머리인 상근(김무열)이 앉아 있고, 보조석엔 그의 왼팔인 충모(진선규)가 자리를 지킨다. 이윽고 이들이 도착한 곳은 터미널 부근에 있는 ‘옥상의 아지트’다. 그곳에는 영화의 주요 멤버들이 진을 치고 있다. 이중에 호기로워 보이는 자는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간혹 폭력적인 청탁을 받을 때도 있지만, 대개 그들의 일상은 시시껄렁한 소일거리가 차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소도시 특유의 한가로움도 ‘과거의 1인자’ 세일(서동갑)이 등장하면서 사라진다. 문제는 2년 전 그를 쫓아냈던 것이 상근이 아니라 그저 힘센 동네의 치킨집 주인이라는 데 있다. 다시 나타난 세일이 당연한 듯 상근을 발아래에 두려고 한다. 상근은 이 상황이 싫지만 딱히 방법이 없다. 힘없는 자들의 본새 나쁜 악전고투가 이렇게 시작된다.
포스터나 제목의 인상과는 달리 <개들의 전쟁>은 가슴이 따뜻해지는 드라마적 요소를 많이 품은 영화이다. 겉보기에 거친 패거리의 행색이 실상은 조폭보다는 비행청소년에 더 가깝게 보인다. 때문에 관객은 그들의 비행에 대해 너그러운 마음을 품는다. 소소한 악행이지만 언젠가는 끝날 것을, 이들이 더이상 나빠지지 않으리란 걸 관객도 잘 이해하고 있다. 때문에 액션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폭력이나 볼거리보다는 배우들의 심리상태에 더 눈길이 간다. 이러한 관객의 감정 중심을 주인공 역의 김무열이 잘 잡아준다. 그가 연기한 우두머리는 게리 쿠퍼의 엄숙함도 존 웨인의 위엄도 지니지 않은 인물이지만 젊음의 순수함을 간직했기에 빛이 나는 캐릭터이다. 액션영화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있지만 의외의 낭만성에 매력을 느끼게 되는 작품이다.